2차전지 '마지막 퍼즐'…폐배터리株 뜬다

'자원 안보 시대' 본격화되며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급성장
현대차·LG엔솔도 선점 나서

코스모화학, 7거래일째 상승
하나기술·에이프로도 오름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원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테마주가 주목받고 있다. 2차전지의 주요 원료인 니켈, 리튬 등을 제때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과 완성차·2차전지 업체들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역사상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성일하이텍과 코스모화학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커지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21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4GWh 규모였던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30년 415Gwh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노골적으로 원자재를 무기화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자원 안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며 “니켈, 리튬 등 2차전지의 주요 원료 수입국은 자원 공급망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지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사용 후 전기차배터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원자재의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을 연내 발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유럽 의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채택돼 이사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2차전지 업체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폐배터리산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테슬라는 이미 자체 폐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구축을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은 지난해 캐나다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 지분 2.6%를 확보했다.

성일하이텍·코스모화학 등 주목

폐배터리는 급성장하는 2차전지 시장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미개척 시장’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테마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톱 5’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은 11~12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 예측에서 기업공개(IPO) 역사상 역대 최고 경쟁률(2269.71 대 1)을 기록했다. 19일 마친 일반 청약에선 20조원 넘는 증거금을 모았다.

성일하이텍은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제3공장을 증설해 2030년까지 3만4000t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매출은 1776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증설이 완료되는 2024년에는 4400억원 수준으로 매출이 급팽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뛰어든 코스모화학 주가는 최근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저점 대비 36.40% 뛰었다. 내년 말까지 연간 니켈 4000t, 코발트 2000t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것이 부각됐다. 양극재 생산업체인 코스모신소재의 물량을 수직계열화해 매출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폐배터리 성능 검사기를 개발한 하나기술, 에이프로 등도 이달 들어 각각 7.18%, 3.11% 상승했다. 한 연구원은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이제 막 개화했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보다 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며 “주요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데다 수급 불안 가능성도 커지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