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우크라 부상자 수용불가 일부 철회…"민간인은 받겠다"

우크라 측 '군인은 안 보낼 테니 받아달라' 요청 수락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부상자들을 병원에 수용할 수 없다고 했던 스위스 연방정부가 입장을 일부 바꿔 민간인 부상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연방정부의 요하네스 마티야시 외무부 차관보는 20일(현지시간) 현지 공영방송 RTS에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부상자를 스위스 내 병원에서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부상자를 받아달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법적으로 군사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부상자 가운데 군인과 민간인을 사실상 구별하기 어렵다는 게 거절 사유였다. 연방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외교 채널을 통해 스위스가 받아주길 바라는 부상자 중에는 군인이 없다는 점을 보증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주 스위스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우리가 병원 수용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일반 시민이라고 스위스 연방정부 측에 알려왔다.

마티야시 차관보는 "부상자 후송 사안이 민간인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우크라이나가 분명히 말하고 있는 만큼 군사적 중립 관점에서 문제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일부 수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스위스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대사관 역시 희망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주 스위스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건강이 심각하게 나쁜 어린이 155명이 우선 스위스에서 치료를 받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스위스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연방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인도적 문제를 놓고 중립국 원칙에 지나치게 매달린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자국 내에서 나온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루트 드라이푸스 전 스위스 대통령은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스위스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인도주의적이고 평화적인 활동을 위한 나토의 파트너십에 동참하고 있다.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다친 사람을 돌보는 건 의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위스 제네바 출생의 구호활동가로서 국제적십자사를 창시한 앙리 뒤낭을 언급하면서 "(부상자 구호 의무는) 이탈리아 독립전쟁인 솔페리노 전장에서 뒤낭이 외치던 메시지가 아니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