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육아도 '템빨'…"펫가전으로 털과의 전쟁 끝냈죠" [김성희의 멍냥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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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가전 유무 따라 삶의 질도 천차만별“반려동물을 키우려면 부지런함만이 살길입니다. 청소기를 아침, 저녁 딱 두 번만 돌려선 어림없어요. 생각날 때마다 몇 번을 쓸고, 닦아야 그나마 깨끗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죠.”‘아꿍이, 쟈니, 화니’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는 최소영 씨는 아이들 아침밥을 챙겨주고, 공기청정기를 켜고, 집 안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강아지들이 요크셔테리어, 푸들, 몰티즈로 비교적 털이 짧은 단모종에 속하지만 평소 코 질환을 겪고 있어 청결에 각별하게 신경 쓰는 편입니다.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털과의 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메라니안인 뽀와 솜이를 키우고 있는 기자의 집도 한때 털과의 혈투를 벌였습니다. 펫가전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죠. 포메라니안은 이중모를 가지고 있어 털이 유난히 잘 빠지는 종으로 꼽히는데요. 출근하기 전 초강력 ‘돌돌이’로 옷에 붙은 잔털을 없애는 일은 ‘필수 루틴’이었고, 초강력 모터를 장착한 청소기는 며칠도 안가 먼지함이 꽉 찰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드라이어룸 등 펫가전을 집에 들이면서 털과의 전쟁도 잠시 소강상태입니다.
"2027년 6조원 규모 시장 전망"
삼성·LG도 펫가전 시장 뛰어들어
대기업도 뛰어든 ‘털과의 전쟁’
기업들도 이런 반려동물 양육자들의 애로를 진작 포착했습니다. 가전업체들은 TV, 냉장고 등 전통가전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틈을 타 펫가전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펫가전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나고, 사람과 반려동물의 생활이 밀접해지면서 이러한 생활패턴이 가전제품에도 반영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블루오션인 펫코노미 시장을 잡기 위해 ‘인간 소비자’에 이어 반려동물들의 마음까지 꿰뚫어야 하는 과제를 받았습니다.삼성전자는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직화 오븐 등 ‘비스포크 시리즈’에 반려동물 관련 기능을 넣으며 ‘펫케어’ 라인업을 갖췄습니다. 비스포크 제품들과 연동되는 ‘스마트싱스 펫(SmartThings Pet)’ 앱을 활용하면 ‘펫 케어’ 기능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로봇청소기가 강아지가 놀라지 않게 조용히 청소하거나 노래를 틀어주며 불안하지 않도록 해줍니다. 원격으로 공기 중 날아다니는 털이나 반려견 특유의 냄새에 따라 공기청정기의 ‘펫 모드’가 작동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LG전자는 지난 5월 ‘LG UP 가전’으로 출시된 세탁기, 미니워시, 건조기, 워시타워 등에 ‘펫케어 코스’를 추가했습니다. 제품을 교체하지 않아도 ‘LG ThinQ’ 앱에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하면 곧바로 반려동물 관련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탁기와 공기청정기는 촘촘한 전용 필터를 사용하면 펫케어 효과가 배가 됩니다. LG전자는 상표권 출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올 들어 ‘펫 드라이룸’과 관련한 특허를 확보했고 ‘펫 스타일러’는 상표권도 출원했습니다.해외업체들도 펫가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다이슨은 지난달 중순 반려동물 전용 청소기 부품 ‘펫 그루밍 툴’과 ‘엉킴 방지 클리너 헤드’를 출시했습니다. 기존 다이슨 무선 청소기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부가 제품들입니다. 브러시로 된 도구로 반려동물의 털을 쓱쓱 빗으면 털과 비듬을 잡아내는 기능을 갖췄습니다. 독일의 가전회사인 밀레도 강력한 흡입력으로 털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빨아들이는 반려동물 전용 청소기 제품을 내놨습니다."펫가전 시장, 미래 더 밝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가 올해 3조7000억원에서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펫가전 특허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중입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용 가전제품 관련 상품수는 5년간 연평균 13%씩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상품 출원 비중은 공기청정기가 37%(21,750건)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살균장치(12,282건, 20.9%), 온수기(8,184건, 13.9%) 순이었습니다.펫코노미 관련 특허 출원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박성용 특허청 기계전자상표심사팀 심사관은 “기업들의 불황 극복을 위한 의지가 반영되었고 향후 점차 증가하는 반려동물 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상표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4년차 뽀솜이 이모’ 멍냥기자입니다. 전체 가구의 30%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전국 1448만명 ‘펫밀리(Pet+Family)’들을 위해 양질의 정보를 담겠습니다. 멍냥이들이 입고, 먹고, 살아가는 의식주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다룹니다.
김성희 기자 sung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