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난민 신청자들 "인종차별 멈추고, 심사 시스템 개선해야"

"한국, 10년 전 제정한 '난민법' 부합되는 결정 내려야"

이집트에서 온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 심사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종차별을 중단하라고 법무부에 요구했다. 국내 이집트 난민 신청자와 이들의 가족 등 50여 명으로 구성된 '이집트 난민 농성단'은 22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고국의 정치적 박해와 강압적인 체포 등을 피해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다"며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민 신청을 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비타협적이고 비합리적인 부분이 잇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국에서 군부 쿠데타에 대항해 활동한 모습이 담긴 사진과 비디오를 비롯해 검찰 공문서, 관련 서류 등을 제출했지만, 3년이 넘어서야 조사가 시작됐다"며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난민 신청서를 낸 동료 가운데 아직도 심사장을 가보지도 못한 이도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평균 난민 심사 기간은 약 17.3개월이다.

난민 심사 대기자는 올해 6월 기준으로 1만 명이 넘는다. 이 단체는 "심사를 받은 난민 신청자 중 상당수는 '모국에서 박해를 받은 경험이 없으며, 귀국해도 박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과 함께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한다"며 "이러한 결정은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뿐 아니라 이에 우려를 나타낸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여러 국제인권단체의 발표와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집트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으나 정치·사회 불안정이 지속됐다.

2014년 선거로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독재로 선회해 2030년까지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수만 명의 시민을 재판도 없이 불법으로 가뒀다고 한다.

이 단체는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며 ▲ 주요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6개월 이내에 난민 심사 처리 ▲ 국제인권단체 권고에 걸맞은 난민 인정 기준 수립 ▲ 인종차별 중단 ▲ 지난해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등과 유사한 대우 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족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미성년 아동의 경우 체류 불안정과 사회적 차별 등으로 인해 큰 불안감을 느낀다"며 "한국이 10년 전 제정한 '난민법'에 부합되는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2년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제정한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에 대한 생계 지원을 비롯해 국제적 수준의 난민 처우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