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8000억 손실 났는데…손배소 결론 못낸 '반쪽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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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 파업 51일 만에 종료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이 51일 만에 막을 내렸다. 하청노조가 22일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단과 파업 종결에 합의하면서다. 하청노조 조합원들은 그동안 점거했던 대우조선 거제조선소 도크(선박 건조작업장) 복구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장기 파업으로 원청업체인 대우조선이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본 가운데 하청 노사가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합의는 ‘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승계 원칙적으로 합의"
손해배상·형사책임 범위에는
"추후 더 협의"…불씨 남겨
불씨 남긴 손해배상 문제
이날 노사에 따르면 임금은 사측안대로 ‘4.5% 인상’으로 합의됐다. 노조는 당초 30%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였지만 협상 과정에서 여론 악화 등으로 코너에 몰리자 계속 요구 수준을 낮췄고 결국 사측의 요구를 수용했다.노조는 설과 추석, 여름 휴가 상여금도 당초 각각 기본급의 100%씩 총 300%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협상 과정에서 요구 수준을 낮춰 설과 추석 땐 50만원, 여름 휴가 땐 4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고용 승계도 합의가 이뤄졌다. 교섭에 참여했던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폐업한 하청업체에서 일한 금속노조 조합 소속 노동자들을 다른 하청업체에서 자연스럽게 고용 승계하기로 합의했다”며 “원칙적으로 배제 없이 고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들은 당초 100% 고용 승계에 부정적이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노조 요구를 수용했다.하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과 형사 책임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홍 부위원장은 “이후에 성실히 더 협의할 지점”이라며 “진지하게 노사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조합원에게는 책임이 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민형사상 책임 범위는 막판 최대 쟁점이었다. 노조는 처음엔 민형사 책임을 파업을 주도한 지도부 5명으로 국한할 것을 요구했지만 상당수 하청업체는 난색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사가 일단 파업 철회 등에 대한 합의안을 내놓은 뒤 민형사 책임 문제를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파업 후유증 커
파업이 공권력 투입 없이 마무리되면서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장기 파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대우조선 생산이 재개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이다.하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하청노조의 옥포조선소 1번도크 점거로 당장 대우조선은 조업이 중단되고 선박 인도에 차질을 빚으면서 8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파업 때문에 11척의 선박을 제때 인도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을 납기일 내에 차질 없이 건조해 해외 발주사에 넘겨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한국 조선소만의 경쟁력이다. 그런데 파업으로 대우조선은 선박을 제때 넘겨주지 못해 신뢰도에 금이 간 데다 지체보상금까지 물게 됐다.
노조가 불법 파업을 통해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도 파업을 푸는 조건으로 손해배상 책임 등을 면제받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노조의 민형사상 책임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가 관건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 타결 직후 비정규직·하도급 문제 전반에 걸쳐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없애기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경제단체들은 불법 파업이 재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불법 파업을 벌이는 노동계의 해묵은 관행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