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첫 ESG 전담 조직...사내공모로 팀원 선발”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ESG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ESG에 관심있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아시아나 ESG경영팀은 ESG 전략 수립과 교육은 물론 이사회 사무국 역할도 한다. 8월에는 2016년 이후 중단된 ESG 보고서를 재발간하며 적극적인 사내 소통을 통한 경영 내재화에 나선다
[한경ESG] 최강 ESG팀 - 아시아나항공
(좌측부터) 아시아나 항공 ESG경영팀의 이시은 과장, 최석병 팀장, 최민주 사원, 정서현 과장, 김선경 대리, 조현용 대리.사진=서범세 기자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닫히면서 타격을 받은 데 이어 대대적 탄소배출 규제와 항공유 가격 상승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 조직을 설치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7월 ESG 경영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지난 2월 전담 조직으로 ESG경영팀을 신설했다. ESG경영팀은 사내공모(job posting)를 통해 팀원을 선발했다. ESG에 관심 있는 젊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최석병 아시아나항공 ESG경영팀장은 “ESG팀은 ESG를 대하는 팀원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사내공모 지원자들을 직접 면담하고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ESG경영팀의 주요 업무는 ESG 전략 수립부터 ESG 보고서 발간, ESG 교육 등 다양하다. 특히 이사회 사무국으로서 이사회와 임직원,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돕는 가교 역할도 한다.

연료 효율 높이고 새 항공기 도입탄소규제 강화와 함께 환경 부담이 커지는 항공업계의 글로벌 동향 파악과 대응도 중요한 업무다. 아시아나는 세계 최대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의 지속 가능성 서밋(sustainability summit)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항공 관련 환경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항공사와 관련한 환경 이슈는 크게 3가지다. 배출권거래제(ETS)와 국제항공 탄소 상쇄 및 저감 계획(CORSIA),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 사용 등이다. 이미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ETS를 제외하고도 2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주도로 2019년부터 시행된 CORSIA는 ETS와 유사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에 항공 수요가 회복되면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AF의 경우 이미 프랑스에서 SAF 1% 혼합 사용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한층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최 팀장은 “SAF는 공급량 부족과 비용 상승 문제를 해결해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미 글로벌 수준에서는 확약이 되었거나 시행 중인 규제가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 마련과 공항 설비 및 제조설비 재정비 등 발 빠르게 대응해야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기는 무거운 동체를 하늘로 띄워야 하는 만큼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연료 효율이 낮다. 게다가 항공유 사용 자체를 줄일 방법은 많지 않기 때문에 항공업계는 끊임없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아시아나는 연료 효율이 높은 최신형 항공기인 A350, A321NEO 등을 적극 도입하며 기존 항공기 대비 최대 25%까지 항공유 사용량을 감축했다. 2008년부터는 엔진 세척, 경제 항로 개척, 경량 화물 탑재 용기(ULD) 사용 등을 통해 연비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 외에도 차세대 항공기로 꼽히는 수소·전기 항공기 개발과 SAF 혼합 사용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항공산업 자체에서 발생하는 환경부담에 대한 대응은 국내외 환경규제와 방향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최민주 ESG경영팀 사원은 “국가적으로도 아직 ESG는 규제를 마련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업계도 선도적으로 혁신 사업을 시작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항공업계의 ESG도 변화를 위한 인식 제고에서 시작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다. 이를 위한 캠페인과 이벤트가 보여주기식이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진통을 겪던 지배구조 혁신도 마무리지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이사회 5명 전원을 새로 선임하며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이루어냈다. 지난 3월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 선임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했다. 이어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 보상위원회, 안전위원회를 신설해 각 분야별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ESG경영팀에서 직접 이사회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다. ESG 보고서도 올해 다시 발간할 예정이다. 2016년 이후 발간을 멈춘 지속 가능성 보고서 이후 첫 보고서다. 최 팀장은 “ESG경영팀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기업 내 ESG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정확하고 유의미한 정보 공시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의 ESG 보고서는 8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인터뷰 - 최석병 아시아나항공 ESG경영팀장

“임직원 참여하는 ESG 커뮤니티 만들 것”
최석병 아시아나항공 ESG경영팀 팀장.사진=서범세 기자
- 항공업계에 ESG가 새로운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나.

“사실 항공업계는 지난 코로나19 이후부터 계속해서 ‘위기’라는 진단을 받아왔다. 아직까지 다른 항공사에서 ESG를 전담하는 팀이 나오지 못한 것도 그러한 맥락일 것이다. ESG경영팀 출범은 경영진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ESG를 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까지 위태로워진다는 위기의식을 갖자는 게 정성권 대표의 메시지였다. ESG 경영이 항공업계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아시아나의 ESG경영팀 신설은 투자자뿐 아니라 아시아나의 미래지향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 아시아나는 꾸준히 사회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아시아나의 사회 공헌은 2011년부터 시작했다. 한국국제협력단, 세종학당, 유니세프 등 다양한 파트너 기관과 오랜 기간 협력하며 사회적책임을 실천했다. 이는 아시아나 자체의 기업 문화이기도 하다. 아시아나의 사회 공헌 커뮤니티에는 약 200명의 임직원들이 속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와 ESG를 매개로 커뮤니티 채널을 구축해 아시아나만의 ESG 문화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 대한항공과의 합병 이후 ESG경영팀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나.

“합병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 과거에는 경쟁사였지만, 이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료가 된 것이다. 아시아나가 지닌 사회 공헌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관련 데이터를 취합해 정리하고 있다. 각 기업이 보유한 좋은 문화와 데이터는 합병 후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 올해 아시아나항공 ESG 경영은 어떤 모습일까.“ESG 경영을 확장하기 위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은 임직원의 공감대 형성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ESG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업무에 적용해야 한다. ESG 보고서를 재발간하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 사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모든 재무적, 비재무적 지표가 담긴 ESG 보고서를 통해 임직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또 임직원 중심의 ESG 커뮤니티를 만들어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ESG 경영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