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자체가 안 보여요"…경기도도 심야 택시잡기 '전쟁'

코로나19 영향으로 법인택시 기사 2019년에 비해 26% 감소
정부 추진 '탄력요금제' 효과도 의문…道, 기사 양성 등 고심

"돌아다니는 택시 자체가 없으니 답이 없네요. 다시는 밤까지 술 안 먹으려고요.

"
지난 21일 밤 11시께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서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려던 직장인 김모(36) 씨는 잡히지 않는 택시 때문에 1시간 이상을 보도블록 위에서 보냈다. 택시 승강장에는 타겠다는 사람만 넘쳐날 뿐 정작 손님을 실어나를 택시는 10분에 한 대 올까 말까였고, 택시 호출 서비스에는 웃돈을 준다고 해도 배차 실패 알림만 계속 이어졌다.

A씨는 "집 주변이 대부분 주택가여서 원래 택시 잡기가 쉽지 않은데 길에 다니는 택시도 없으니 도무지 방법이 없다"며 "나중엔 너무 답답해서 공유 킥보드라도 타려다가 음주운전을 할 순 없어 겨우 참았다"고 말했다.

택시 잡기가 이같이 힘들다 보니 술자리가 파하기 전에 각자 택시를 호출하고, 먼저 잡히는 사람부터 일어서는 새로운 술자리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직장인 이모(35) 씨는 "멀리 가야 하는 사람들은 택시가 워낙 안 잡히니 괜한 눈치 볼 것 없이 잡히는 대로 일어나는 게 상책"이라며 "어차피 택시가 쉽게 잡히진 않기 때문에 너무 일찍 자리를 뜨게 되는 경우는 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역시 택시 부족 현상으로 인한 귀가 전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감소한 택시 기사 수가 거리두기 해지 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인데, 조만간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2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경기지역에 등록된 택시는 개인택시 2만7천232대와 법인택시 1만618대 등 총 3만7천850대다.

지난해 같은 시기 기준 3만7천738대에 비해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줄어든 택시 기사 수다.

개인택시는 면허제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감소는 없었지만, 법인택시 기사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1만4천986명에서 올해 5월 기준 1만1천74명으로 26%나 감소했다.

경기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택시 승객 감소로 법인택시 기사들이 대거 이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 영업보다 단기 수익이 높은 배달대행업체나 대리운전 등으로 기사들이 많이 이탈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택시 차고지에는 피크 시간임에도 운행하지 않고 주차돼 있는 택시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도내 한 택시회사의 경우 기사를 구하지 못해 보유 중인 200여 대 중 70여 대의 번호판을 시에 영치시키고 운행을 중단했다.

번호판을 영치시킨 뒤 휴업신고를 하면 연평균 350만원 꼴인 택시공제조합 보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택시회사 관계자는 "기사들은 떠나고 회사도 운영이 어렵다 보니 막막하다"며 "대리운전 요금은 수요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택시요금은 고정돼 있으니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탄력요금제는 심야 시간대에 택시 요금을 일정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경기지역의 경우 플랫폼 택시 자체가 서울지역에 비해 적고, 중소도시의 경우 아예 없다시피 한 곳도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 관계자는 "탄력요금제는 현재 플랫폼 택시 예약에 대한 추가요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차량 대수가 적은 경기지역에는 시장 반영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 협조를 통한 부제운행 해제나 기사 확충을 위한 취업박람회 등 운수 종사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