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유동규, 백현동 사업 '손 떼라'고 직접 지시 정황 확인"

사진=한경DB
성남시 백현동 학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직원들에게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직접적으로 지시한 사실을 감사원이 확인했다.

감사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빠지면서 민간업체가 3000억원대 투자 이익을 독차지했다고 판단해 검찰에 부당한 지시를 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전날 공개된 감사원의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5년 백현동에 있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1265㎡의 용도지역을 '자연·보전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조정했다. 그러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개발사업에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당시 성남도개공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동향만 파악하라'고 소극적으로 지시하는 등 사업 참여 시기를 고의로 지연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2016년 7월께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이 성남시 관계자로부터 성남시가 사업자와 직접 이야기할 예정이라 공사가 할 역할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이를 책임자에게 보고하자 유 전 본부장은 “그럼 우리 할 일이 없네, 손 떼”라고 말한 정황을 확보했다.담당자들은 “보통 유 전 본부장에게 시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하면 유 전 본부장이 시를 찾아가 논의한 다음 업무 지시를 했으나, 이(백현동 개발사업) 건과 관련해서는 보고했더니 마치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사업참여 포기를 지시하는 등 사업참여 포기가 미리 결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22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다만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는 유 전 본부장의 이름이 익명으로 처리됐다.백현동 개발사업이 진행된 2015~2017년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다.

전날 이번 보고서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이 의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백현동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가 요구한 사항을 성남시가 들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의원 측 입장문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교통부 요청은 한국식품연구원의 종전 부동산 매각에 대한 성남시의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특정 용도지역으로의 변경을 요구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도시관리계획 반영 의무가 발생하는 강제성 있는 요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