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에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74개국 확산

95%는 성관계 통해 감염돼
천연두 백신 사용 승인 권고
사진=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던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초 영국을 시작으로 비(非)아프리카 지역에 확산돼, 현재 74개국에서 1만6800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미국 정부는 WHO의 선언을 환영하며 "전세계 공동체가 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한 것"라고 평가했다. 원숭이두창이 PHEIC로 지정되면서 WHO는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됐다.현재 PHEIC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2020~)과 야생형 소아마비(2014~)다. 이전에는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에 선언된 바 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 95%는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고 있다. 영국 런던퀸메리대 연구진은 지난 4월27일~6월24일까지 16개국 528명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조사한 후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 대상 가운데 98%는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 남성이었다. 이들 평균 연령은 38세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는 41%였다. 최근 3개월간 평균 5명과 성관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분의 1가량은 한 달 새 사우나, 파티 등 각종 성행위 장소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앞서 테워드로스 총장은 오명과 희생양 찾기로 원숭이 두창 발병 추적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날 그는 발병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 특히 여러 성관계를 한 남성들에게 집중됐다"며 "올바른(right) 그룹에서 올바른 전력으로 발병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국가가)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 커뮤니티와 긴밀히 협력하고, 효과적인 정보와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며, 피해를 입은 공동체를 보호하는 조치를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원숭이 두창은 감염 시 피부 표면에 울퉁불퉁한 발진과 함께 발열 증상을 일으킨다. 앞서 지난 22일 유럽의약품청(EMA)는 원숭이 두창과 관련해 천연두 백신 사용을 승인할 것을 권고했다.

EMA는 덴마크 제약업체 바바리안 노르딕이 기존 천연두 예방용으로 개발한 백신인 '임바넥스'이 원숭이두창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공식 승인을 결정할 예정이다. 임바넥스는 미국에선 이미 원숭이두창용 승인을 확보했으며 '지네오스'로 불리고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