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 인도서 철수…"지정학적 갈등 관련"

인도 당국, 탈세 등 혐의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 잇단 조사

중국과 인도의 지정학적 갈등 상황에서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아너(Honor·중국명 영요<榮耀>)가 인도에 파견한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아너의 인도 시장 직원 철수는 인도 정부가 잇따라 자국에 진출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대해 외화 불법 송금 및 탈세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자금을 압수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중국의 증권시보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자오밍(趙明) 아너 CEO는 지난 21일 스마트폰 출시 행사에서 "분명한 이유" 때문에 자사의 팀을 인도 시장에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자오 CEO는 "분명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자오 CEO는 현지 파트너들을 통해 인도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너는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華爲) 그룹이 운영하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다.

화웨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어려워지자 지난 2020년 11월 아너를 매각했다. 아너가 인도 시장에서 직원들을 철수시킨 것은 인도 정부의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고강도 압박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인도 금융범죄수사국(ED)은 지난 13일 중국 스마트폰 기업인 오포(OPPO)의 인도 법인에 대해 439억루피(약 7천200억원) 규모 관세를 회피한 혐의로 관련 금액의 추징을 통보했다.

앞서 금융범죄수사국은 이달 초 오포의 자매 브랜드인 비보(Vivo)에 대해서도 탈세와 돈세탁 혐의로 현지 사무실과 관련 업체 48곳을 수색하고 거액의 자산을 압수했다. 인도 당국은 올해 초에는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 인도 법인이 세금을 회피했다며 수입 관세 65억3천만 루피(약 1천55억 원) 추징을 통보했다.

또 5월에는 불법 해외송금 혐의로 샤오미 인도 법인 계좌에서 555억 루피(약 9천140억 원)를 압수한 바 있다.

인도는 2020년 6월 라다크 갈완(중국명 자러완) 계곡 사건을 비롯한 중국과의 국경선 충돌 사건 이후 중국의 기술기업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텐센트(텅쉰·騰迅), 알리바바(阿里巴巴), 바이두(百度)를 포함한 기술기업을 조사한 바 있다.

인도 당국은 "중국 앱들이 인도의 주권·안보·공공질서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인기 동영상 앱인 틱톡, 텐센트 그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위챗(微信·웨이신), 알리바바 그룹의 UC 브라우저 등 59개 중국 기업의 앱 사용을 금지했다. 2020년 6월 갈완 계곡에서 양국 군대가 몽둥이 등을 동원해 몸싸움을 벌여 최소 20명의 인도 군인이 사망하고, 중국군도 4명의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