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는 한국어로 진료받을 병원이 있어요!

[최주희의 동남아 취업하기 : 캄보디아 의료]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헤브론 병원'. 이 병원은 한국의 병원들과 제휴를 통해 한국어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타지에서 아프면 서럽다. 집을 떠나 멀리서 고생하는 마당에 아프기까지 하면 해외 취업을 고민하던 과거가 떠오르면서 잠시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엄마가 해주던 된장국도 생각나고, 무뚝뚝하지만 약 처방은 잘 해줬던 집 앞 병원의 의사도 스친다. 해외 생활 중 몸이 아파 병원 가는 일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부담스럽지만, 캄보디아를 포함한 저개발 국가에서는 비용, 언어가 아닌 다른 이유로도 부담스럽다. 이곳의 의료 수준을 믿을 수 있을까?

캄보디아 생활 초기 암울한 시절이 있었다. 아파도 병원 가기가 무서웠던 때다. 감기 증세로 심하게 아픈 적이 있다. 예민한 성격 탓에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던 나였지만 망설이다가 일주일 넘게 끙끙 앓았다. 나의 미련한 행동을 눈치챈 캄보디아 동료가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에 가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계를 느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처방받은 약을 먹고 금세 좋아졌다. 그동안 아픈 걸 참고 뭐 하고 있었나. 나는 참 미련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와는 격차가 큰 캄보디아의 의료 수준에 의지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에게 많은 한국 지인이나 해외 취업에 관심 있는 분들이 캄보디아 생활에 대해 상담을 한다.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한국과 다른 매력, 개인의 독립적인 선택과 자아 실현에 대해 강조한다.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한국과 달리 여전히 갈 길이 먼 동남아시아에서 ‘도전’이라는 가슴 뛰는 가치를 찾을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의료 시설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이곳을 사랑하는 나지만, 이런 나조차도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었다. 불편했던 과거 기억과 함께 아직은 한국 분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혈기에 혼자 도전하는 청년들은 어려워도 감당할 수 있으나, 아이들과 함께 고민 중인 가족들에게는 ‘오시면 정말 좋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기 어려웠다. 내가 이곳에 발을 들이고 난 후 상황은 계속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과 다른 불편함은 존재한다.

지구상의 모든 곳에 빈부 격차가 있지만, 캄보디아의 의료 현실을 경험하면 정말 그 ‘격차’를 실감하게 된다.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어려운 처지다. 몸이 아파 링거를 맞은 후, 병원에 머무를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아 링거를 손에 들고, 집에 가는 현장을 직접 목격해보니 실감이 났다. 이와 달리 부유한 계층은 한국과 다를 바 없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큰 문제 없이 살아간다. 우리 국민이 당연하게 누리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고마움을 자주 느끼게 된다. 캄보디아의 의료 현실을 보면 의료 부문에서도 비즈니스 기회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이런 캄보디아의 부족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외국 기업의 투자, 스타트업 진출, 해외 취업자 증가 등 다른 나라의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의료 상황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제는 캄보디아에서 병원 가는 일을 걱정하는 분들에게 ‘괜찮아요. 많이 좋아졌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즘 외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프놈펜의 병원을 살펴보자. 먼저, 헤브론 병원(Hebron Medical Center)이다. 흔히 한국 병원이라고 불리는데, 한국의 유명한 병원들과 연계하여 진료와 수술이 이뤄진다. 한국 의료진들이 자원봉사를 많이 오고, 캄보디아인들을 위해 의료 지원도 많이 하는 곳이다. 한국 의료진을 만날 수 있어 나도 마음 편하게 자주 이용하는 병원이다. 캄보디아로 해외 취업 오신 한국 분들이 한국어로 나의 아픈 곳을 말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로얄 프놈펜 병원(Royal Phnompenh hospital)이다. 현지인들이 손에 꼽는 유명한 병원 중 하나다. 의료비가 비싸 주로 소득 수준이 아주 높은 현지인들과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병원 시설이 한국과 유사하고, 의료진이 태국, 필리핀 출신들이 대부분인 종합병원이다. 의사소통은 영어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프놈펜 썬라이즈 일본 병원(Sunrise Japan Hospital Phnom penh)이 있다. 일본계 종합병원으로, 일본 의사가 상주한다. 의료 시설의 수준이 높고, 의료진을 선택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프랑스, 일본, 한국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한다.

‘프놈펜에도 이제 좋은 병원이 많네요. 근데 병원비가 많이 들지 않을까요?’ 이렇게 질문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대답으로 마무리할 수 없다. 병원비는 한국에서도 사례에 따라, 어떤 수준으로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이 이곳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선,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병원비를 환급받을 수 있는 한국의 실손보험이 있다. 자주 아픈 내가 잘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민간 보험이 있어 의료비용이 걱정되는 분들은 만약을 대비해 선택할 수 있다. 긴급 상황 시 인접 국가로 헬기를 활용한 에어앰뷸런스도 지원이 가능한 상품도 있다. 그리고 가끔 한국에 방문할 때 검진을 받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 이곳의 어려운 상황에 대응할 방법이 다양하게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캄보디아에서 세 차례 은행을 성공시킨 이용만 행장(캄보디아 필립은행)은 최근 출판한 「이방인 CEO」에서 이렇게 말한다. '리더에게 있어 성공 경험이란 어떤 실패도 없었던 성취의 연속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수한 실패를 하고 그 실패를 무수히 극복해냄으로써 마침내 경험한 성공을 말한다. 즉 성공 경험이 많은 리더는 실패도 많이 해본 것이다. 다만 그 실패에 발목 잡혀 주저앉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뿐이다.' 캄보디아의 의료 상황이 우리의 도전을 막을 수 없다. 이제 다음 리더는 당신이다.

최주희 피플앤잡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