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퀄컴·아마존 이어 미디어텍 물량 수주…"삼성전자 추격"

인텔, 파운드리 대규모 투자…대형 고객사 확보로 점유율 높이는 전략
미디어텍 칩셋 [사진=미디어텍]
미국 인텔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로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미디어텍을 확보했다.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재진입을 선언한 인텔이 퀄컴·아마존에 이어 미디어텍 물량도 따내면서 TSMC·삼성전자 추격에 나섰다.

인텔과 미디어텍은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공정을 사용해 반도체칩을 제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양사는 연내 반도체 설계를 완료해 생산 단계로 넘어가는 '테이프 아웃'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본격 양산은 내년 상반기 시작한다.미디어텍 물량은 인텔이 현재 구축 중인 첨단 공정용 파운드리가 아닌 기존에 보유한 웨이퍼 팹(공장)을 활용해 생산된다. 공정은 16나노미터급 '인텔 16' 공정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기존 '인텔 22' 공정을 개선, 미디어텍에 해당 공정 파운드리를 제공한다.

생산 제품은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킹용 반도체칩으로 수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랜디르 타쿠르 IFS 사장은 "연간 20억대 이상 디바이스를 구동하는 팹리스인 미디어텍은 IFS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미디어텍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포괄하는 10억대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추가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텍 측은 향후 인텔에서 16나노 이하 칩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NS 차이 미디어텍 수석부사장은 "미디어텍은 오래 전부터 멀티 소싱 전략을 채택해왔다"며 "IT 기기용 칩 생산을 위한 인텔 파운드리와의 협력 관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미디어텍은 대만을 대표하는 글로벌 칩 설계 기업으로, 지난해 연매출 4934억대만달러(약 21조6000억원)를 기록해 세계 반도체 업체 9위에 올랐다. 특히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미디어텍이 1위다.

미디어텍의 칩은 대부분 TSMC를 통해 생산돼 왔다. 미디어텍은 최근 회사의 칩을 원하는 수요가 크게 늘자 인텔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퀄컴, 아마존에 이어 미디어텍이라는 초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TSMC, 삼성전자가 구축한 파운드리 양강 구도에 균열을 가한다는 복안이다.인텔은 파운드리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에 200억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신설한다고 선언했고, 최대 1000억달러를 들여 미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68억유로 규모의 보조금을 받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도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53%로 1위, 삼성전자가 16%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의 점유율은 1% 수준으로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 아직은 인텔과 삼성전자의 점유율이나 기술 격차가 크지만 인텔이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올리면 삼성전자와 고객사 확보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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