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프로] BTS 없는 하이브, 고점 회복 위한 조건은?

종목 집중탐구

르세라핌·뉴진스 등 데뷔 잇따라
민희진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
"걸그룹도 돈 된다…BTS 만큼은 아니지만"
TXT, 뉴진스 등 월드투어급 성장 필요
하이브가 전고점 대비 반토막 난 주가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BTS의 단체활동 중단에 따른 수익성 하락 우려가 큰 탓입니다. 하이브는 르세라핌에 이어 뉴진스까지 신인을 잇따라 데뷔시키며 수익성 방어에 한창입니다. 새 걸그룹이 BTS 없는 하이브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요? 하이브가 전고점을 회복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지 시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민희진이 누구길래…뉴진스에 모이는 기대감

뉴진스(NewJeans)가 다음달 1일 데뷔 앨범 음원 발표에 이어 8일 정식 앨범을 발매합니다. 뉴진스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가 처음 선보이는 걸그룹으로, 멤버 5명이 모두 2000년대생입니다(가장 어린 멤버가 2008년생). BTS가 단체활동 중단을 선언한 뒤 하이브에서 처음 나오는 신인이어서 대중의 관심도 높은 상황입니다.
뉴진스에 대한 기대감의 또 다른 원천을 찾다보면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옵니다. 바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입니다. 민희진 대표는 에스엠에서 아트디렉터를 맡아 소녀시대, EXO, f(x), 샤이니 등의 이미지 메이킹을 주도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Gee'를 노래하는 소녀시대, 교복을 입고 '으르렁'을 노래하던 EXO가 모두 민 대표의 작품입니다. 이수만 회장이 에스엠을 만들었다면, 민 대표는 에스엠에 세련된 이미지를 덧씌워 세계적 회사로 성장시킨 인물이라 해도 손색 없습니다. 그런 민 대표가 독립해 처음으로 온전히 빚어낸 걸그룹이니 기대감이 높을 수 밖에요.

이젠 걸그룹도 돈이된다

관건은 수익성입니다. 그동안 아이돌업계에서 걸그룹은 돈이 잘 안 된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아이돌의 주요 소비층이 10~30대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민 대표의 대표적 역작으로 알려지는 f(x)의 정규 2집 '핑크테이프'만 하더라도 매니아들 사이에서 호응은 굉장히 컸지만 전체 판매량은 8만여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앨범(EXO 정규1집 리패키지)이 33만5000여장밖에 되지 않던 시절이긴 했지만요.

그런 상황은 케이팝 산업의 무대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커지면서 달라졌습니다. 소비자 숫자 자체가 많아지니 걸그룹도 밀리언셀러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블랙핑크의 첫 정규앨범 'THE ALBUM(2020년)'은 150만장 넘게 팔렸고, 트와이스의 정규 3집 'formula of love(2021년)'도 약 89만장 팔렸습니다. BTS의 빌보드 진출 이후로 걸그룹의 음반판매량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작년 말 데뷔한 아이브가 올해 낸 싱글앨범 'LOVE DIVE'는 벌써 65만장이 팔렸고, 재작년 데뷔한 에스파가 올해 낸 싱글앨범 'SAVAGE'는 60만장이 팔렸습니다. 데뷔하고 3~4년은 지나야 어느정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과거와 달라진 겁니다. 하이브에서 앞서 5월 데뷔한 르세라핌도 데뷔앨범을 단숨에 41만장 팔았습니다.
당장 뉴진스도 이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예약판매를 받기 시작한 뉴진스의 데뷔앨범은 하루만에 8만1000장이 팔렸습니다(케이타운 기준). 이제까지 예약판매 첫날 가장 많이 판 걸그룹 멤버는 블랙핑크 리사로 9만7000장을 팔았단 점을 감안하면 반응이 뜨거운 셈입니다. 참고로 최근 인기가 높은 에스파는 예약판매 첫날 7만8000장을 팔았습니다.

문제는 BTS의 공백

뉴진스, 그리고 앞서 5월에 데뷔한 르세라핌도 시장에서 호의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가는 여전히 전고점의 반토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BTS 입니다. BTS가 작년 하이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한국투자증권 추정)나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BTS는 개인활동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단체활동 시절의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시장은 올 하반기 BTS 단체 월드투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이마저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는 시각이 모이면서 목표주가도 크게 깎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후 하이브의 목표가를 제시한 애널리스트는 총 16명인데, 이들이 모두 목표주가를 깎았습니다. 3달 전만 해도 41만원이었던 목표가는 26일 기준 29만6382원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BTS를 넘어서는 아티스트를 또 육성해 내긴 쉽지 않습니다. 하이브가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게임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다만 시장관계자들은 이는 부차적인 수익활동일 뿐, 결국 아티스트들이 앨범·공연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BTS 만큼 성공할 아티스트가 없다고 해도 여러 아티스트들이 월드투어를 통해 고루 수익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BTS의 활동중단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위버스 플랫폼이 전세계에 안착하기 직전에 이렇게 빨리 단체활동이 중단될 것이 문제"라면서 "하이브 주가가 40만원을 넘길 수 있었던 건 BTS 인기에 편승해 위버스 플랫폼이 글로벌화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으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때문이라면 업비트 투자는 조인트벤처(JV)로도 충분했는데 7000억원의 유상증자까지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본업에서 빗겨난 곳에 지나치게 큰 돈을 쓰면서 방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다행인 점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 세븐틴 등 하이브의 보이그룹 라인업이 하반기 본격 투어에 돌입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이들의 음반판매량도 부쩍 성장하고 있습니다. 박다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Z세대 팬덤의 성향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틱톡을 기준으로 볼 때 TXT는 이미 BTS, 블랙핑크 다음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4세대 남자아이돌 중 차별화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BTS 완전체 활동 중단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TXT와 세븐틴이 받쳐주고 르세라핌, 뉴진스 등이 월드투어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탄탄하게 성장해 나간다면 전고점 회복도 다시 노려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물론 그리 쉬운 미션은 아니긴 합니다. 신인 그룹이 콘서트를 하려면 앨범이 3장은 쌓여야 한다는 것도 문제이고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BTS가 냈던 수익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주가도 BTS의 군입대와 함께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거칠 것"이라며 "다만 TXT와 세븐틴은 물론이고 르세라핌, 뉴진스 등이 월드투어가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하면 하이브 주가도 다시 전고점 회복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하이브 프로필(26일 기준)
현재주가: 17만2000원
PER(12개월 포워드): 34.34배
동종업계 PER: JYP(26.77배), YG(24.52배), 에스엠(22.24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2671억원(전년대비 +40.4%)
적정주가: 33만9500원(1달전)→29만6382원(현재)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