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작가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는 자폐 주인공 그렸어요"

"올곧음·엉뚱함…자폐로 강화되는 특징이 매력적이라 생각"
PD "속상해하는 자폐인들 있다는 것 알아…드라마의 한계"
가히 신드롬이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자폐인이 가진 특징을 밝고 매력적으로 그려내려는 제작진의 부단한 노력으로 탄생했다. '우영우'를 집필한 문지원 작가는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들이 우영우를 좋아하는 이유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이 사람이 사랑스럽고, 씩씩하고, 멋있어서, 그래서 응원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처음 집필한 문 작가는 영화 '증인'(2019)에서도 자폐를 가진 인물을 작품에 가져온 바 있다.

문 작가는 "모든 자폐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강한 정의감, 올곧음, 특정한 관심 분야에 지나칠 정도로 해박한 지식, 기억력 등은 자폐로 인해 강화되는 인간의 특성"이라며 "이런 부분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법률에 대한 뛰어난 기억력으로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회전문에 끼어 나오지 못하고, 대화 중 느닷없이 고래 이야기를 꺼내는 자폐인이다.

자폐 증상은 가지각색이지만, 우영우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인데다 특별한 능력이 있다 보니, 현실에서는 자폐인 가족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일도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문 작가는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렇듯이 우영우도 의도를 갖고 창작된 캐릭터"라며 "캐릭터의 긍정적인 부분이 부각되는데, 그동안 자폐의 명과 암 중에서 암에 해당하는 부분이 강조됐다면, 이분들이 가진 장점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을 지지한다는 자문 교수님의 말에 힘을 얻어 (캐릭터 설정을) 계속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개연성이 없거나 부정확한 지식으로 나온 캐릭터는 아니다"라며 "이 세상 어딘가에 우영우 같은 캐릭터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작가는 드라마 반응과 관련해 "제가 자폐인이거나 주변에 자폐인이 있다면 불편했을 것 같다"며 "아무리 드라마가 선의와 호의로 가득 차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당사자는 복잡한 심경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유인식 PD 역시 '우영우'를 보고 속상해하는 자폐인이나 자폐인 가족들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유 PD는 "세상의 모든 장애, 자폐를 우영우가 대표할 수는 없었다"며 "우영우의 무대는 일반적인 직장인데, 우리와 조금은 다른 존재인 우영우가 비자폐인들 사이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며 겪는 크고 작은 애환도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영우가 발달장애 분들을 대변하는 인물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그려져 당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문 작가는 자폐인을 주변 인물이 아닌 주인공으로 삼아 시청자가 캐릭터와 직접 소통하길 원했다고 했다.

그는 "보통 자폐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짜보라고 하면 많은 창작자는 자폐가 없는 사람을 화자로 설정하고, 그 사람의 시선에서 묘사되는 자폐인을 그린다"며 "우영우를 단독 주인공으로 세우고, 시청자와 우영우 사이에 매개인 없이 직접 소통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영우에게 이렇게나 많은 분이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드라마가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만큼 동성애 커플 등 기존 드라마에서는 나오기 힘들었던 부분도 다뤘다"고 전했다.

드라마 제목에 '이상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로는 "우영우를 표현하는데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이상하다는 것은 낯설고 피하고 싶다는 느낌도 있지만, 이상하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그 이상함이 우리 사회를 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 작가와 유 PD는 대중들에게 낯선 케이블 채널인 ENA에서 방영이 되고, 소재도 자폐를 소재로 한 만큼 '우영우 앓이' 바람이 불 정도로 성공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유 PD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어서, 입소문 타고 좋아하시는 분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반응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우영우'는 총 16부작으로 현재까지 8회가 방영되며 반환점을 돌았다.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지상파에서도 기록하기 힘든 두 자릿수 시청률인 13%를 돌파하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유 PD는 "전반부에 우영우가 과연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면, 후반부는 우영우가 훌륭한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며 "(우영우가 일하는 로펌) 한바다 속 사람들도 각자 자기 인생에 대한 고민을 마주하는데, 좋은 배우들의 열연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