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국경 넘나드는 일자리 시장

인도 이공계대학 출신 졸업자
세계 연봉 상위권 직업 독식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도
교육열과 양질의 인적자본 덕

트럼프 이민제한정책 효과 없어
기업 경쟁력·경제 활력 위해
해외 우수인재 받아들여야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달 미국 리치먼드 연방은행에서 개최한 ‘해외노동자 및 이민 정책이 기업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해외 용병이 유럽 프로 축구 구단 성적에 미치는 영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취업 비자 제한이 미국 기업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학회의 첫 번째 논문은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 토드 숄만의 전 세계 대학 졸업자들의 국가 간 이동과 이들의 평균 연봉을 비교한 연구였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제는 노동시장의 구직활동도 국경을 넘어 세계 어디에서든 다른 나라의 직장도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고, 실제로 인재들의 국가 간 이동이 매우 다양해졌다. 인터넷 구직 사이트 G회사의 자료를 이용해 세계 66개국 3300개 대학 졸업자의 평균 연봉을 이용해 전 세계 대학들의 질을 비교 평가해 봤다. 우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나라의 대학졸업생이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았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대학의 교육 여건도 못 사는 나라보다 나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졸업생은 1인당 GDP 수준을 감안하고도 비교적 나은 연봉을 받는 국가 중 하나로 분류돼 대학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국가군에 속했다.그렇다면 졸업생의 평균 연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은 어느 곳일까? 인도 공대였다. 조사에 참여한 구직자 수가 다소 제한적인 점, 미국 명문대 졸업생의 인터넷 구직사이트 적극적 참여 여부 등 연구에 사용된 자료의 한계를 감안해도 흥미로운 결과였다. 인도의 공대들이 상위권을 거의 독식했다. 이처럼 인도의 이공계 대학이 약진한 배경에는 영어 구사 능력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인도 출신들의 활약이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가 인도 공대 출신이며 수학과 통계학을 많이 사용하는 경제학에서도 인도 공대생들이 오래전부터 상당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학술대회에서 소개된 또 다른 연구 주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가였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시장 수요 대비 취업비자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민국의 서류 선발을 통과한 인원이 워낙 많아, 이들을 놓고 무작위 추첨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취업비자를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추첨에서 떨어진 뒤 과연 미국 근로자로 그 자리를 대신 채웠는지 여부를 추적 조사해 봤다. 놀랍게도 해외에서 인재를 못 구한 기업의 상당수가 국내 근로자로 그 자리를 채우지 않고 다음 추첨까지 상당 기간 기다렸다고 한다.

이 연구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제한정책이 의도한 자국민 일자리 보호 효과는 미미했으며 오히려 핵심 인재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제 전체의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됐다고 평가했다.경제 성장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한국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현대 거시 경제학의 기초를 확립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는 시장경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한국을 손꼽았다. 특히 높은 교육열을 통한 양질의 인적 자본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지적했다.

자본뿐 아니라 노동도 국경을 수시로 넘나드는 시대다. 해외로 진출하려면 외국어 소통 능력은 기본이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문 분야의 탄탄한 실력과 더불어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열린 자세일 것이다.

대학은 다양한 학문이 발전하고 꽃 필 수 있도록 비인기 학문 분야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과 사회가 원하는 수요에 부응해 전공별 정원을 조절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의 인재를 공급해야 할 의무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인재 확보를 위해 세계가 동시에 경쟁하는 시기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서로 모셔가려고 앞다퉈 경쟁할 수 있도록 대학들도 더욱 노력해야겠다.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제한정책의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수한 해외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생산성도 제고하고 나아가 경제 전체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서 정책을 마련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