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인력 올해만 7000명 채용…정년 앞둔 간부, 교수로

삼성전자, 연내 반도체 인력 7만명으로 확대

DS부문 7만명, 현대차 넘어서고
LG전자 총인원의 2배 규모

"정부 지원 기다리면 늦는다"
인텔·TSMC, 인력 확충에 위기
"직접인재 키우자" 산학협력 강화
자력으로 인재 확보 묘안 짜내

대학은 가르칠 교수진 확보하고
삼성, 현장투입 가능한 교육 가능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공격적으로 채용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해 연내 7만 명 이상의 직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정부가 반도체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당장 현실화가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자력으로 인재 확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분야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정년 전후의 전현직 간부들을 특임교수로 채용하는 방안을 대학들과 논의 중이다.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 확보 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반격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TSMC에 뺏기면 안 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 인력은 지난해 말 6만3000명을 돌파한 뒤 올해 상반기 6만7000명을 찍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올해 말 7만 명까지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꾸준히 인력을 늘려왔지만, 올해처럼 대규모로 채용을 확대한 적은 없었다. 2017년 말 삼성전자 DS 부문의 인력은 4만8926명이었다. 이후 매년 3000명 정도씩 직원 숫자를 늘렸다. 반도체 쇼티지(수급 부족)가 본격화한 2020년 정도가 예외다. 이 해엔 전년보다 5000명가량 고용 인원을 늘렸다. 올해는 지난해 말(6만3000여 명)보다 약 7000명을 더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인력이 7만 명을 넘으면 단일 대기업 중에도 DS 부문과 견줄 곳이 없다. 삼성전자에 이어 고용 인원 2위인 현대자동차 직원은 6만6000명 선이다. LG전자 전체 인원도 3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삼성전자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반도체 부문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적극적으로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TSMC도 미국과 일본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추가 건설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임직원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파운드리 관련 인력만 6만4000명에 이른다. 반면 삼성전자 인력의 60% 이상은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만 따지면 경쟁사보다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올해 뽑는 인원들을 파운드리 미세공정 생산라인에 집중적으로 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삼성 간부 반도체 특임교수로

삼성전자가 미국과 국내 생산라인을 증설하면서 필요인력이 많아진 것도 공격적인 채용 배경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에선 올해 하반기 평택 3라인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연구개발(R&D) 인력 수요도 많아졌다. 반도체 시장의 흐름이 다품종소량생산으로 바뀌면서 개발해야 하는 제품의 종류가 급격히 늘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정년 전후의 전현직 간부에게 대학 특임교수의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대학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연봉은 1억원 전후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최근 반도체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늘리려고 하지만 가르칠 교수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현직 간부가 교수진으로 합류하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취업을 노리는 학생이 많은 대학으로선 매력적인 대안”이라며 “대학은 전문인력을 교수로 채용할 수 있고, 반도체 회사는 신입사원 채용 후 재교육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