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되는 세계경제 침체…한국경제 S공포도 커진다

IMF, 세계성장률 전망 3.2%로 하향 조정…한국 수출에 악재
성장 이끈 소비 앞으론 미지수…기업 경기 전망도 부정적
한덕수 "성장률, 예상보다 낮아질 것"…노무라 "올해 1.7%"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면서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경제 침체 시 한국의 주 엔진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과 유사한 고물가·저성장을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IMF, 올해 세계성장률 3.2%로 하향…수출 영향 불가피
IMF는 26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에서 3.6%를 제시해 1월 전망치(4.4%)에서 대폭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도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췄다.

특히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의 성장률을 종전 3.7%에서 2.3%로, 중국은 4.4%에서 3.3%로 각각 하향 조정하면서 우리 수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이 23.2%, 미국이 15.7%로 두 국가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에 빠진다면, 우리 경제에 대한 악영향도 불가피한 셈이다.

중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0.4% 성장하는 데 그쳐 2020년 2분기(-6.8%)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은 이번 주에 2분기 GDP를 발표할 예정인데 두 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IMF는 올해 선진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6.6%, 신흥국은 9.5%로 각각 0.9%포인트, 0.8%포인트 올려잡았다.

고물가는 중앙은행의 긴축을 재촉해 경기 동력을 더 꺼뜨릴 수 있다.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3%로 낮췄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세계 경제가 가라앉으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물가 상승세가 워낙 거세 금리 인상이 세계적으로 불가피하고 이는 실물 경기를 추가로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수출 둔화하는데 2분기 성장 이끈 소비도 미지수
수출은 이미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GDP(속보치)를 보면 수출은 전 분기 대비 3.1%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2분기 성장을 이끈 소비도 향후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 2분기 한국 경제는 전 분기보다 0.7% 성장했는데, 민간 소비의 기여도가 1.4%포인트로 집계됐다.

민간 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3.0% 증가한 결과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런 소비 증가세가 유지될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있어 (하반기)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0% 감소했다.

실질 GDI는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 손익을 반영한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총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가계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내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6.9였다.

지수가 기준점인 100 이하면 전월보다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종합경기 BSI가 90 아래로 내려온 건 2020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면 기업의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경련은 고물가, 금리 인상 등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한덕수 "성장률, 예상보다 낮아질 것"…노무라 "4개 분기 연속 역성장"
정부도 올해 성장률이 종전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6%로, 한은은 2.7%로 각각 전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당초 한국은행과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그 정도는 안 되겠습니다만, 2% 중반 정도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2%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전 분기 대비 GDP 성장률이 2분기에 예상치인 0.2%를 상회해 호조를 나타냈으나 3분기에 둔화한 후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을 2.4%로 예상했다.

연간 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높은 금융 부담과 경기 침체 여파로 경제가 이번 3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학회가 '스태그플레이션'을 주제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 39명 중 23명(59%)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성태윤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자체는 이미 진행 중이며, 이에 따른 위험성과 불안 요인이 반영돼 외환 및 금융 시장 불안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