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식량위기를 주목하라

[한경ESG] 이 달의 책
식량위기 대한민국
남재작 지음 | 웨일북 | 1만8500원독자들이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남재작 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방대한 데이터와 저작을 참고하면서도 내용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구성했다. 지난해 나온 IPCC 6차 보고서는 어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채택해도 2040년까지 지구 온도가 1.5℃ 상승할 거라고 예상한다. 폭염과 해수면 상승 등 멀게만 느껴지던 기후변화도 가까이 닥쳐왔다. 기후변화는 머나먼 마다가스카르의 가뭄이나 물에 잠기는 남태평양 섬나라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과나 딸기, 벌꿀 생산 농가 등에서 직접적 피해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 발전으로 인한 농업의 발전은 인류의 풍요를 가져왔지만, 이제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기존 농업 생산 방식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하면서 가장 약한 고리부터 공격하는 기후변화는 향후 농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임이 분명하다. IPCC 제4차 보고서 승인 회의에 참여하며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을 지켜본 농업 연구자인 저자는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를 국내 저작으로는 처음으로 함께 묶어 살펴보면서 더워지는 지구가 미칠 식량위기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결국 농업 생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품종 개발 속도를 높이고 변화된 기후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종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차근차근 바로잡으며 방대한 지식으로 기후변화의 원인과 기후변화가 미칠 식량위기, 식량위기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러·우전쟁을 통해 식량 안보가 더욱 중요하게 떠오른 요즘, 앞으로 농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혜안을 얻을 수 있다.
탄소로운 식탁
윤지로 지음 | 세종서적 | 1만8000원

기후 위기 문제는 무관심과 자본에 밀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바닥을 차지한다. <세계일보> 기자인 저자는 현장을 돌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숫자와 데이터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지만 재배 과정의 디테일한 진실을 말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알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농업, 어업, 축산업 현장 이야기와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사례를 통해 독자는 먹거리가 식탁 위에 오르며 탄소를 발생시키는 온갖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며 먹거리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면, 고기냐 채소냐를 선택할 게 아니라 ‘어떻게 시스템 자체를 탄소중립으로 바꿔나갈까’를 고민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이 책은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기후변화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
스티븐 E. 쿠닌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만2000원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차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사람들의 공포심과 죄책감을 자극하는 주류 기후과학에 ‘딴지’를 건다. 기후과학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고 과학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대중과 실제 기후과학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특히 과학자들이 내놓은 기후 모델을 상호 비교하면 불일치하거나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는 주장은 새롭게 다가온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진실이 완전한 것이 아닌, 보정된 진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제시한다. 파리협약을 통해 내세운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이 아닌 제로로 만들어야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며 현실적으로 탄소중립보다 ‘적응’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 해결책은 이산화탄소 제거(CDR) 등 기술 발전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라는 ‘플랜 B’를 내놓는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