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칩4 가입 국익차원 판단…中오해한다면 사전 해소 노력"

외신기자 간담회…"중국과도 공급망 안정관리 소통 필요"
박진 외교부 장관은 27일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대화인 이른바 '칩4' 참여 여부에 대해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한국의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또 그것이 관련된 국가들에도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중국이 만약 이에 대해 오해한다면 사전에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 등을 상대로 제안한 '칩4' 동참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국이며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만큼 정부는 '칩4'가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시도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박 장관은 "언론에서 동맹이란 표현을 많이 쓰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고 개발하는 국가들 사이에 대화하기 위한 협력체"라며 "네 나라가 모여서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안정적 관리, 인재 양성, 연구개발 등을 협의하기 위한 협의체로서 일단 출발하자고 제의가 들어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칩4' 내에 재정 인센티브, 인재양성, 공동 연구개발, 공급망 다변화 등 네 가지 분야가 있으며 어떤 분야가 도움이 되고 부담이 될지를 면밀히 검토해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리겠다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이 규칙을 따라가는 국가(rule follower)가 아니라 규칙을 만드는 국가(rule maker)가 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고, 칩4에 대해서도 "그런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상호 의존 측면을 감안할 때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8월 중 중국에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관심사항, 현안에 대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첫 대면 회담을 했을 때 공급망,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관련 언급이 있었다며 "한중의 의견이 다르다는 건 다 인정했다. 그렇지만 (왕 부장이) 한국의 입장이 어떤 건지는 일단 이해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중 간에 "고위급 간 전략적 소통을 활발히 추진해 서로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공통이익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러 금융제재 및 수출통제 동참 이후의 한러관계에 대해서는 "한러관계가 대단히 불편하다"고 언급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속히 종식되고 평화가 회복되고 한러관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장관은 정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마련 중인 대북정책 로드맵, 이른바 '담대한 계획'과 관련해 "앞으로 북핵 문제 다루는 원칙, 일관성 있는 비핵화 협상 추진을 위한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들어갈 경우 우리가 북한 경제 협력이나 삶의 질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북한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북한 IT 분야 노동자가 해외에 나가 불법적 사이버 해킹 활동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더욱 강화된 제재가 필요할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는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또 "새 정부에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결의안 등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돼 외교정책에 영향이 있을 수 있지 않으냐는 외신기자 질문에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한민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과 가치, 원칙을 지켜가며 대외정책을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