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펄펄 끓는 유럽, 가스값 이틀새 30% 폭등

우크라 전쟁 이후 '최고가'
사용량 15% 줄이기 합의했지만
폭염에 러시아 공급 감축 겹쳐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틀간 30% 가까이 폭등했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26일(현지시간) 런던ICE거래소에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가격(8월 만기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13.2% 오른 ㎿h(메가와트시)당 199.918유로로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가장 컸던 지난 3월 초 이후 최고가다. 150유로 선에서 거래를 마친 24일 기준으로 보면 이틀 새 30%가량 상승했다.

이날 미국 천연가스 시장도 요동쳤다.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가격(8월 만기 기준)은 장중 한때 11% 이상 급등하면서 MMBTU(백만Btu) 당 9.75달러까지 치솟았다. CNBC방송은 2008년 7월 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이달에만 약 66% 상승했다.

서방권의 천연가스 가격을 밀어올린 원인으로는 러시아 전쟁과 최근 계속된 기록적인 폭염 등이 꼽힌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자국과 독일을 잇는 해저 송유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송출량을 움켜쥔 채 유럽을 에너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지난달 16일 “서방 제재로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터빈이 반환되지 않고 있다”며 노르트스트림1 가스 공급량을 전체 공급능력(1억6000만㎥)의 40%로 줄였다. 이달 1일엔 정기점검을 이유로 “11일부터 열흘 동안 노르트스트림1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했다. 21일 공급을 재개한 지 나흘 만에 또다시 가스 공급량을 3300만㎥까지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평소 공급량의 20%에 불과한 규모다.

여름철 폭염은 에너지 수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남유럽 국가 기온은 이달 들어 45도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주 미국 359개 지역에서 하루 최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EBW애널리틱스그룹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시장 외적인 요인으로도 상승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폭염이 가격 강세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대안도 뾰족하지 않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소비를 오는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사용량의 15%를 자율적으로 감축하기로 했지만 천연가스가 냉·난방에 사용되는 만큼 소비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