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공정위원장에 홍대식 내정

경쟁법 전문가…기업규제 비판
정부 "인사검증 마무리 단계"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판사 출신인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7·사진)가 내정됐다. 친(親)시장주의자인 홍 교수는 경쟁법 전문가로 공정위가 경쟁 촉진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27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홍 교수를 공정위원장으로 낙점하고 임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홍 교수를 공정위원장으로 내정한 상태”라며 “인사검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지명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홍 교수는 서울 경성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춘천지법 수원지법 서울지법 등에서 판사로 일했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거쳐 2009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2004~2006년 공정위 경쟁정책 자문위원을 지냈고 올해 1월부터는 한국경쟁법학회장을 맡고 있다.

홍 교수가 부임하면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불필요한 규제 정책을 줄이고, 공정위를 규제 혁신 기관으로 바꾸기 위해 내부 개혁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난 3월 한국경쟁법학회장 자격으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기업에 ‘갑을관계’라는 프레임을 거는 순간 이미 결론은 나와 있는 것”이라며 “재벌개혁 같은 구태 방식의 접근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시장경제가 성숙한 것에 비해 정부의 규제정책은 별로 변한 게 없다”며 “(공정위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방식의 모든 규제를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정위의 '과도한 기업 옥죄기'에 비판적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면서 검사 출신과 공무원은 배제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이 나오는 걸 피하는 동시에 공정위 개혁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학계 인사가 주로 후보군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판사 출신으로 경쟁법 전문가인 홍대식 교수가 낙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홍 교수를 공정위원장에 지명하고 홍 교수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 법조인 출신 공정위원장이 된다.

홍 교수는 공정위의 과도한 ‘기업 옥죄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이다. 지난 3일 한국상사법학회 포럼에서 온라인플랫폼 분야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자율규제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이에 따라 홍 교수가 공정위원장이 되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에 공정위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새 정부 출범 후 △알뜰폰 진입규제 개선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허용 등 진입 규제 개선에 나서는 등 규제개혁 기관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이미 법 제정 대신 업계 자율규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정위 조직 정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1급인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한 명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