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 미국에 뺏기나 [조평규의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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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칩4 동맹'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는 기술은 미국, 생산은 한국, 판매는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일시에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은, 무역 자유화를 추구하는 WTO 설립 목적에도 위배되는 일입니다. 한국은 반도체(2021년, 약 1280억 달러)의 60%를 중국과 홍콩에 수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득실을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한국 반도체 대표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이 중국의 시안(西安)과 우시(無錫) 등에 있습니다. 삼성의 낸드플래시 제품의 40%, 하이닉스 전체 D램의 절반 가까이 현지에서 생산하다보니 미국의 요구를 선 듯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는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공급망 ‘칩4 동맹’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겁니다.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며, 동맹 참여는 상업적 자살 행위다’라며 협박하고 나섰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가까워질수록,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견제와 비(非)협조로 우리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양국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선제적으로 우리의 원칙을 알리고 미·중 양국과 사전 협상을 통해 그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입니다.지난 문재인 정권은 ‘친중 정권’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정부는 굴욕적인 ‘3불 약속’이나 ‘기자 폭행’, ‘혼자 밥 먹기’ 등 창피를 당하고도,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현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한미동맹을 강조했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 참여를 공식화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의 참여에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를 방문한 것은, 미국이 다급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20년간 2000억 달러 가까이 반도체 생산시설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SK그룹과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미국 정부와의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우리는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현재 ‘칩4 동맹’ 참여로 인한 중국의 보복보다, 미국의 반도체를 이용한 글로벌 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80~1990년대 세계 1위를 달리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견제와 전략에 말려 괴멸당하고 장비와 소재 부품을 공급하는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반도체도 미국의 의도대로 우리가 따라가다가는,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미국 ‘칩4 동맹’의 숨은 전략적 목적은 반도체산업을 미국 산업으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520억 달러의 반도체 보조금을 내걸고, 한국과 대만을 향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 원천기술과 설계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의 생산기술을 뺏어 가면, 5나노(Nano)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산업을 장악하게 됩니다. 미래의 반도체 산업은 미국이 장악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의 최대 시장입니다. 우리 반도체기업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길 경우, 정치 안보적으로는 안정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있고,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원가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현지 투자기업은 미국기업으로 전락해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세계 최첨단 산업을, 미국에 빼앗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반도체 기술이나 장비 기업들은, 중국에 장비와 기술 그리고 소재들을 공급할 기회가 적어집니다.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을 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칩4 동맹’은 대중국 압박용입니다. 중국을 완전히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보다, 일정한 수준으로 중국을 묶어 두는데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대중국 전략의 변동성도 크고, 실제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미국이 입게 되는 피해는 중국이 받는 피해보다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양국이 극단적인 파국으로 가는 일은 없어 보이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 받는 것은 현실입니다.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의 중국 전략은 ‘각자도생의 실리외교’를 주장합니다. ‘칩4 동맹’을 앞세운 반도체 전쟁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중국이 한국에 대해 직접적인 보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양국은 보복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칩4 동맹’ 이슈를 계기로, 선제적으로 우리의 핵심 이익을 공개하고, 미·중에게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는 담대하게 그들(美·中)과 맞설 준비를 하고 대범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중국과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보다, 주도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전략적으로 협상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가 쥐고 있는 카드가 예사롭지 않은 매우 유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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