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폐열 재활용하고 공장 리모델링…산단 개조사업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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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아이디어와 투자 유입으로 변화하는 국가산업단지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내 입주한 한화솔루션, 애경케미칼, 롯데이네오스화학 등 7곳 공장은 산단내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인근 폐수를 정화해 만든 석유제품 생산용 초순수 1만4000톤을 매일 공급받고 있다. 이 중소기업 덕분에 정화시설 구축과 부지조성, 유지관리 등에 투입될 수백억원의 비용을 아끼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독보적인 폐수 처리 기술을 가지고도 사업화할 자금이 없어 기술이 사장될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산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19년 90억원을 지원하면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버려지던 폐열 등 에너지化
환경 살리고 대중소 상생 효과도
휴폐업 공장부지 재생
산단 환경개선에 민간자금 11조 유치
정부가 민간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산업단지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산업단지는 전체 제조업 생산의 64%, 수출의 66%, 고용의 49%를 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단공은 산업단지 환경 개선을 위한 구조고도화사업을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낙후된 생산기반과 부족한 복지‧편의시설이라는 과거 산단 이미지를 탈피해 청년과 인재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기위해서다.울산·미포국가산단 민관 협력 사례는 입주기업의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도 살리며 중소기업도 성장시킨 '1석 3조'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에너지 중소기업 비케이이엔지는 산단공 지원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복합 산업 폐수를 정화해 초순수로 만드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입주기업들은 100억원 이상의 정화시설 투자비를 아끼게 됐고 비케이이엔지 연매출 역시 4년 만에 5배로 뛰었다.
또 다른 민관 협력 사례로는 온산국가산단 사례가 있다. 산단내 소각로에서 버려지던 폐열을 증기로 바꿔 애쓰오일과 인근 중소기업 등에 에너지로 공급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탄소배출도 줄게 된 것이다.
정부의 자금 지원 한 푼없이 순수한 민간 투자만으로 산단 환경이 개선된 사례도 있다. 서울 구로동 서울디지털산단엔 과거 섬유업체들이 주로 쓰던 산단공 소유의 정수장이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업종 전환으로 더이상 쓸모가 없어지면서 유휴부지로 남았다. 마침 한 IT대기업이 이 부지를 사들여 2020년 본사 사옥을 지으면서 산단공은 이 부지를 매각해 신규 입주공간을 마련하고 'G밸리산업박물관'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노후 산단을 개조하기위한 휴폐업공장 리모델링사업도 활발하다. 전국 1238개 산단 중 착공 후 20년이 지난 노후 국가·일반·농공 산단 수는 38%인 473곳에 달한다. 전북 익산국가산단 한 휴폐업 공장 부지엔 18개 공장이 입주할 대형 건물이 들어서면서 각종 실험공간과 제품전시관 등이 구축됐다. 이밖에 여수 국가산단엔 연구개발(R&D) 시설 및 회의공단을 지원하는 산단공의 혁신지원센터가 세워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곳에 입주한 석유화학기업들은 용수, 전력, 생산물품 이송을 위한 공동기반 시설 활용 협의가 수시로 필요했다. 산단공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입주기업간 회의와 기업 설명회 등으로 지난해 혁신지원센터 회의 공간이 약 110여회 제공됐다"고 말했다.
산단공은 전국 88개 산단에서 270개 구조고도화사업을 진행하면서 약 13조3700억원을 투입했다. 전체 자금 중 83%(약 11조 1720억원)가 민간 투자유치다. 또 민관 공동형 사업을 통해 2021년까지 14개 노후 산업단지에 21개 신규 시설이 공급됐다. 이를 통해 산업단지 내 유휴부지 19만㎡가 72만㎡의 신규 산업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확충된 산업공간엔 1078개 기업이 입주해 7164명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규제완화에도 적극 나서 지금까지 토지 용도변경 지원을 통해 부지면적 24만㎡, 연면적 73만㎡에 달하는 산업공간도 확충했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산단 환경개선에 대한 요구사항이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구조고도화사업은 산업단지 입주기업이 필요한 시설을 적시적소에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4차산업혁명, 디지털전환 등 산업 변화에 적합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산단 환경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