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이틀 만에 50만캔 팔렸다"…'싹쓸이 대란' 벌어진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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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버드와이저, 5캔 1만원 할인하자‘5캔 1만원’, ‘4캔 7800원’, ‘4캔 5000원’…
하루 판매량 37만캔으로 치솟아…역대 최대
편의점들 줄줄이 맥주 할인…'미끼상품' 효과
편의점 업계는 최근 이처럼 ‘초저가’ 맥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지 않도록 초저가 맥주로 ‘손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실제로 효과가 눈에 보인다. 맥주 초특가 행사로 하루 판매량 신기록을 세운 편의점이 있는가 하면 고객이 몰려 지점당 발주량을 조절한 곳도 있을 정도다. 편의점 업계가 초저가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28일 CU에 따르면 수입맥주 버드와이저(740㎖ 기준)는 지난 15~16일 이틀간 약 50만캔 팔렸다. 특히 금요일이었던 15일 하루 동안 34만캔이 팔렸는데 이 편의점에서 집계한 역대 최대 판매량이다. 이 제품은 평소 CU에서 한 달에 15만캔 정도가 팔린다. 그런데 15일 하루에만 한 달 판매량의 두 배가 넘게 팔린 것이다.
버드와이저는 편의점 맥주 중 전통적 1위인 카스(500㎖)를 제치고 지난 11∼17일 CU의 전체 맥주 매출 1위에 올랐다. CU에 따르면 버드와이저가 맥주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2010년대 초반 이후 10여년 만이다. 이처럼 버드와이저 인기가 치솟자 CU는 발주 수량을 제한했다. 3개들이 패키지는 하루 5개만 발주를 받는다.버드와이저가 이처럼 갑자기 인기를 끈 것은 CU의 할인 행사 때문이다. CU는 이달 한 달간 매주 금∼일요일에 맥주 다섯 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비어데이’ 행사를 한다. 행사 맥주는 대부분 500㎖였지만 버드와이저만 740㎖ 대용량을 할인 판매하면서 유독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부 점포에서는 버드와이저 싹쓸이 현상까지 나타났다”면서 “10캔 이상 구매 고객이 전체의 55%에 이를 정도로 다량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 반응이 좋아 다른 제품도 유사한 행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맥주 할인 행사를 노리고 이 편의점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경쟁사들도 맥주 행사에 속속 나섰다.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서도 ‘초특가 맥주 페스티벌’을 선보인다. 베이프맥주는 4캔에 5000원, 수제맥주 6종 6캔에 9900원, 맥싸캔(500㎖) 6캔에 8000원, 노티드위트에일은 6캔 1만2000원에 판다. 매주 금~일요일에는 노르디스크,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등 인기 수입맥주 10가지 종류를 4캔 묶음으로 8000원에 판다. 생맥주는 6캔 묶음에 1만2000원으로 할인 판매했다.편의점 업계는 올 상반기 기준 수입맥주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고 추산하고 있다. 최근 4~5년간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며 최대 60% 이상 치솟았지만 최근 맥주 가격이 오르면서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편의점의 수입 맥주 할인행사는 유통업체의 미끼상품 전략과 인지도 상승을 꾀하는 맥주 수입회사의 박리다매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맥주를 할인 판매하면 매출이 크게 높아지는 효과가 두드러진다”며 “맥주를 사면서 과자나 각종 가공식품 등 안주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맥주 수입사 관계자도 “유통업체가 요구하는 할인행사에 참여하면 수익성은 줄어도 일단 매출이 단기간 급등하는 효과가 있어 동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