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재활용·공장 리모델링…산단의 변신

산단공, 민간 아이디어 접목
노후 산업단지 환경개선 지원
전북 익산국가산단 내 리모델링된 휴폐업공장에서 한 직원이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 한화솔루션, 애경케미칼, 롯데이네오스화학 등 7곳의 공장은 산단 내 중소기업 비케이이엔지로부터 인근 폐수를 정화해 만든 초순수 1만4000t을 매일 공급받고 있다. 이 기업 덕분에 폐수 정화시설 구축과 부지조성 등에 투입할 수백억원의 비용을 아끼게 됐다. 비케이이엔지는 독보적인 폐수 처리 기술을 가지고도 사업화할 자금이 없어 기술이 사장될 위기를 한때 겪었다. 하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19년 90억원을 지원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가 민간 아이디어를 접목해 산단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단공은 산업단지 환경 개선을 위한 구조고도화사업을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울산·미포국가산단 민관 협력 사례는 입주기업의 비용을 덜고 환경도 살리며 중소기업도 성장시킨 ‘1석 3조’의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비케이이엔지는 산단공 지원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복합 산업폐수를 정화해 초순수로 만드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입주기업은 100억원 이상의 정화시설 투자비를 아꼈고, 비케이이엔지 연매출 역시 3년 만에 세 배로 뛰었다.온산국가산단에서도 민관 협력 성공 사례가 나왔다. 산단 내 소각로에서 버려지던 폐열을 증기로 바꿔 에쓰오일과 인근 중소기업에 에너지로 공급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탄소배출도 줄였다. 정부의 자금 지원 없이 순수 민간 투자만으로 산단 환경이 개선된 사례도 있다. 서울 구로동 서울디지털산단엔 과거 섬유업체들이 주로 쓰던 산단공 소유의 정수장이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업종 전환으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서 유휴부지로 남았다. 산단공은 이 부지 매각 자금으로 신규 입주 공간을 마련하고 ‘G밸리산업박물관’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노후 산단을 개조하기 위한 휴·폐업 공장 리모델링사업도 활발하다. 전북 익산국가산단의 한 휴폐업 공장 부지엔 이 사업을 통해 18개 공장이 입주할 공간과 제품전시관 등이 마련됐다. 산단공은 전국 88개 산단에서 구조 고도화사업 270개를 진행하면서 약 13조3700억원을 투입했다. 전체 자금 중 83%(약 11조1720억원)가 민간에서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김정환 산단공 이사장은 “디지털전환 등 산업 고도화에 적합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산단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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