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LG화학·롯데케미칼 '맞춤형 규제 완화'…1.6兆 투자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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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신 과제 1004개 선정LG화학은 지난 1월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업종이 산업단지 입주 자격이 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LG화학은 이를 화학업종으로 보고 투자했지만 산단 측에선 정유업으로 해석해 입주 자격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엔 이 산업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용접로봇 활용·산단 입주 완화 등
규제혁신TF, 50개 1차과제 선정
기업투자 가로막는 걸림돌 제거
정부는 2024년 예정된 표준산업분류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산업분류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산단 입주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LG화학은 지난달 말 인허가 승인을 받고 3분기 2만t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LG화학의 공장 건설로 생기는 투자 효과는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규제 3개 풀어 1조6000억원 투자 유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와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가 공동팀장을 맡은 TF는 지난달 말부터 14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해 50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1차로 선정했다.TF는 우선 규제 관련 불확실성으로 공장 착공 등 투자를 미루고 있던 LG화학 등 기업을 위해 세 건의 규제를 풀기로 했다.현대중공업은 자동용접로봇을 사용할 경우 충돌방지를 위해 1.8m의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3200억원 규모의 조선소 스마트야드 건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조선소 작업 환경 특성상 울타리를 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울타리 대신 다른 충돌방지 조치를 허용해 투자 집행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생분해성플라스틱 활용 제한도 완화해 어망, 음식물 쓰레기봉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관련 분야에 1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신산업을 막는 규제 개선도 추진한다. 자율주행로봇 운영 시 현장 요원이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폐지된다. 원격 관리자가 다수의 자율주행로봇을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인체에서 유래한 폐치아와 폐지방의 재활용을 허용해 인체 유래 콜라겐을 활용한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을 돕겠다는 내용도 과제로 선정됐다. 암모니아 추진선의 건조 및 운항 기준을 마련해 2030년까지 1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친환경선박산업도 육성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등 덩어리 규제 완화가 관건
정부의 이날 규제개혁 방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나온 것이다. 정부 출범 80일 만에 대대적인 규제 개혁 조치가 나온 건 긍정적이란 게 업계 반응이다.하지만 굵직한 규제를 손보는 데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수도권 입지 규제 등은 완화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1004개 규제혁파 과제 중 상당수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규제완화 동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당장 기재부가 1차로 선정한 50개 과제 중에서도 14개(28%)가 법 제·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국무조정실이 취합한 140개 규제개선 완료 과제 중에선 건강보험료와 산재보험료 경감 등 복지 확대 정책이거나 동물병원 표시사항이 의무화되는 등 규제가 오히려 추가된 경우까지 모두 포함돼 규제가 크게 완화됐는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은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완화 등 덩어리 규제는 부처 간 협의와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해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부처 간 재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다음달 1일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규제혁신추진단에서 덩어리 규제 완화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규제심판부를 통한 해결도 모색하기로 했다.추 부총리는 “규제혁신은 한두 번의 이벤트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5년 내내 추진해야 하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시대적 과제”라며 “국민 관심도가 높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해 추가 논의가 필요한 난제도 조속히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김소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