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외국인도 대기업 총수 지정 추진에 미국 우려 표명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미국이 지난 4월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 준비 차원에서 진행된 실무회의에서 이런 입장을 한국 대표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기업집단과 관련한 각종 신고와 자료 제출 의무를 지고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받는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으로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대신 법인 '쿠팡'을 지정했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현행 법령상 지정할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특혜 논란이 제기되면서 연구용역을 거쳐 외국인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2일 입법 예고할 계획이었으나, 입법 예고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공정위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 국적의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해 각종 규제를 적용하면 통상 마찰로 번질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모기업의 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인 에쓰오일이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만큼,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시행령 개정은 한국계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