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빌리고 제철소 지분팔고…현금 쌓는 포스코그룹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위기 대응 위해 현금마련 속도전
10억달러 글로벌본드 찍고
CSP 지분 4.4억달러에 매각
포스코그룹이 현금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한편 브라질 CSP제철소 지분 20% 매각도 타진 중이다. 비상경영체제을 선포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현금 경영'을 주문한 직후 계열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포스코그룹 철강 계열사인 포스코는 지난 28일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만기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각각 7억달러, 3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3년물 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에 1.6%포인트를 얹어 결정됐다. 5년물 금리는 1.85%포인트를 얹어서 발행됐다. 이 회사는 지난 3월에 포스코홀딩스로부터 물적분할되어 신설된 직후 처음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포스코의 글로벌본드 발행 여건은 좋지 않았다. 지난 27일(현지시간)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 1.50~1.75%에서 연 2.25~2.50%로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기관의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회사채 금리가 오르는 만큼 회사채 가격은 떨어진다. 통상 회사채 금리가 오르는 시점에는 채권 평가손실을 우려해 기관의 채권 매입 수요는 줄어든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 같은 우려를 극복하고 발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10~17일에 미국, 유럽 등지에서 다수의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글로벌본드 발행 하루 전에는 글로벌 기관투자가 50곳을 대상으로 투자 계획과 성장 전략을 알리는 투자설명회를 컨퍼런스콜로 열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8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10년만에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철강업계 가운데 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이 가장 높은 점을 상향의 배경으로 꼽았다. 포스코홀딩스는 브라질 CSP제철소 지분 20%를 세계 2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르셀로미탈은 28일 “CSP제철소 주주들과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CSP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계약은 브라질 독점당국의 승인 등을 거쳐 올 연말 확정될 전망이다.

브라질 북동부에 있는 CSP는 연산 300만t 생산능력을 갖췄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브라질 발레가 50% 지분을 갖고 있고, 동국제강과 포스코가 각각 30%, 20%를 보유 중이다. 매각가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4억4000만달러(약 5700억원)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은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오르고 조달시장이 팍팍해질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직후 현금마련에 속도를 내는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자금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21일 그룹경영회의를 열고 “현금 중심 경영에 나서달라”며 계열사에 비상경영을 주문했다.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질 것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라는 의미다. 지난달 말 포스코그룹의 현금을 포함한 유동성은 17조939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6450억원 줄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