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어쩌나…중국, 두 눈 부릅뜨고 '칩4' 가입 경고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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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60회
미국 "8월 말까지 칩4 참여 여부 알려달라"
업계 "한국이 칩4 가입 않는 일 절대 없을 것"
외교가 "중국 설득할 방안에 외교 역량 집중"
칩4 가입-중국 설득 투트랙 전략 고심
30일 반도체 업계와 외교가 분위기를 종합하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칩4 동맹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칩4 동맹은 한국과 미국·일본·대만이 반도체 생산 전 과정에서 협력하는 체제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에서, 일본은 소재·장비 분야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를 장악한 한국 및 비메모리반도체 강국 대만과 공동 전선을 짜겠다는 것이다. 이 동맹은 사실상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철저히 고립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회의 개최 계획을 우리 정부에 전달하고 8월 말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사실상 칩4 동맹의 한국 참여를 강요한 셈이다.
윤 대통령 "중국 오해않도록 사전에 풀어야"
문제는 미·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한 일본·대만이 칩4 동맹에 우호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우리 정부는 일단 칩4 초반부터 미국과 발을 맞춰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칩4의 성격과 방향성 등이 아직 명문화하지 않은 만큼 '반중 연합체' 성격을 희석시켜 중국을 달래려는 투트랙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실제로 우리 정부는 칩4가 특정국을 배제하는 폐쇄적 연합체로 운용해선 안된다고 보고 있다. 4개국 이외에 네덜란드 등 반도체 경쟁력을 갖춘 다른 국가에도 칩4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미국 측에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또 칩4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칩4가 구속력 강한 동맹체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스탠스는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가 "한국의 칩4 가입은 상업적 자살"이라며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견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중국을 다독이기 위한 메시지로 읽힌다. 칩4는 구체적 성격이 규정되지 않은 아이디어 수준의 제안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현재 해석이다.
최태원 SK회장…칩4 동맹 질문에 "조심스러운 얘기"
미·중 양국이 이토록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만큼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D램 시장 점유율은 42.7%, SK하이닉스는 27.1%로 나타났다. 한국이 세계 D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지난 25일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출하식을 개최했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보다 빨랐다.
미국 입장에선 칩4 동맹에 한국을 포함하지 않으면 중국 견제가 어려워지고 중국은 한국을 우방으로 만들지 않으면 고립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며 한국 끌어안기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520억달러(한화 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을 포함한 '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의회를 압박하는 중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7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칩4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SK에게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약간 조심스럽기는 한 얘기"라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칩4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좀 더 디테일이 갖춰지면 (구체적인 사항은) 정부나 다른 곳에서 문제들을 잘 다루리라 생각한다"며 "저희한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칩4와 관련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는 상태다.한 외교가 관계자는 "한국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의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며 "한국이 칩4에 가입하지 않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렇다면 중국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할지에 대해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