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잣대' 중위소득 역대 최대 인상…생계급여만 年 6000억 더 든다
입력
수정
지면A5
천문학적인 복지부담 예상정부가 29일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폭(5.47%)을 올해(5.02%)보다 더 높인 건 ‘저소득층에 촘촘하고 두텁게 지원한다’는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그 결과 내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결정됐고 복지 대상자도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으로 9만1000명가량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복지 재정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됐다. 이번 조치로 기초수급자가 받는 여러 혜택 중 생계급여 하나에 추가로 드는 재정만도 연 6000억원에 달한다. 기준 중위소득이 활용되는 전체 76개 복지 사업에 드는 재정 부담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4인가구 생계급여 지급액
1년에 대략 108만원 인상
○4인가구 생계급여 연 100만원 인상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가 복지 수급자 선정을 위해 정하는 잣대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12개 부처의 76개 복지 사업이 이 기준을 쓴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으로 4인가구의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올해 153만6324원(월 기준)에서 내년에 162만289원으로 인상된다. 선정기준 인상분(월 8만3965원)을 감안할 때 4인가구에 지급되는 생계급여가 연간 약 108만원 오르는 셈이다. 수급자 가구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1인가구 기준으론 올해 58만3444원에서 내년 62만3368원으로 오른다.의료급여는 4인가구 기준으로 내년에 216만386원, 주거급여는 253만8453원, 교육 급여는 270만482원 이하면 수급이 가능하다. 의료급여는 급여 대상 항목의 의료비 중 본인 부담 금액을 제외한 전액이 지원된다. 주거급여는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46%에서 47%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올해보다 약 14만 가구(추정치)가 추가로 주거비를 지원받는다. 교육 급여는 교육활동 지원비가 저소득층의 교육활동에 보다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내년 3월부터 현금이 아니라 바우처로 지급 방식을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복지 부담 급증할 듯
이번에 결정된 증가율은 기준 중위소득을 복지 수급자 선정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폭이다. 복지부는 “기본증가율 3.57%에 1·2인 가구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변경한 가구 균등화 지수 사용 등에 따른 추가 증가율 1.83%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재정은 생계급여 하나만 해도 연간 6000억원 이상이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을 5.02%로 결정한 지난해 결정 당시 추계액이 5000억원 규모였던 것에 비해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이는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을 높이기 위해 개편한 계산식을 그대로 활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최종 증가율 5.47%는 그간 코로나19 등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기본증가율을 하향 조정해온 과거 2년과 달리 2020년 기준 중위소득 산정방식 개편 이후 최초로 원칙대로 결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인상률 결정에 앞서 일부 시민단체는 최근 빠르게 오르는 물가를 감안해 기준 중위소득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기준 중위소득 4.19% 인상을 제시했다. 당초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에 따라 인상률이 4%대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결과는 작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