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3 국가대표 김정년 "5대5 밖에서도 농구는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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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때 '농구 안 하겠다' 다짐…"돌아간다면 농구에 모든 걸 쏟을 것"
"프로 뽑아준 유도훈 감독님께 감사"…유 감독 "국가대표돼 뿌듯" "그만두고 나서 처음에는 농구를 진짜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3대3 농구 선수 김정년(30)은 지난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프로에서 은퇴한 지난해 5월 말 당시 심정을 밝혔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지명된 김정년은 2020-2021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농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김정년이지만, 그로부터 1년 2개월가량이 지난 이달 초 그는 국내도 아닌 해외 코트에서 여전히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3대3 농구 대표팀에 선발되며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출전한 것이다.
김정년은 "은퇴 후 동호회에서는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으니까 정말 즐거웠다.
'해방된 농구'를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며 계속 농구공을 놓지 못한 이유를 털어놨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며 첫 태극마크를 단 그는 자신보다 체격이 큰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분투해야 했다.
신장 179㎝의 김정년을 포함해 2m 이상 선수가 없던 대표팀의 여정도 전원이 2m가 넘는 중국에 패하며 아쉽게 8강에서 마무리됐다.
"매 경기가 끝나고 몸이 너무 아팠다"는 김정년은 "상대 팀에 힘이 세고 단단한 선수들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해야 하나 싶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김정년 역시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자신만의 무기로 이런 장신 선수들에게 반격했다.
그는 한 수 위 상대라고 평가됐던 인도와 경기에서 정확한 외곽슛과 화려한 개인 기량을 선보이며 10점을 몰아쳤다.
이 경기 승리로 대표팀은 8강행을 확정했다.
예선인 이란전에서도 과감한 더블 클러치를 선보이는 등 7점을 넣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정년은 크로스오버 드리블, 스텝백 슈팅, 포스트업에 이은 피봇 플레이까지 다양한 공격 기술에 능한 선수다. 그는 "내가 순탄하게 프로에 입성한 게 아니지 않나.
대학 시절 처음 운동을 그만둘 때 (학교)밖에서 농구 연습을 많이 했다"며 "그때 미국프로농구(NBA)의 코비 브라이언트나 크리스 폴의 영상을 보고 정말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특히 1대1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년은 "포스트업으로 밀어붙이는 일 없이 겨뤄본다면 빅맨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이같이 개인기에 자부심을 보이는 김정년이지만 5대5 팀 농구에 어우러지는 일이 일생의 숙제였다.
안양고를 졸업한 김정년은 경희대에서 뛰다가 엘리트 선수 생활을 그만둔 이력이 있다.
김정년은 "내가 견디지 못했다.
그때 내 위에 (두)경민이 형, (김)민구 형이 있었다"며 "뛸 수 있는 시간이 적었고 감독님의 요구에도 맞추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당시 감독이었던 최부영 경희대 농구부장은 팀 농구를 강조하고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하기로 유명하다.
이후로도 농구를 잊지 못한 김정년은 실업팀에서 활약했다.
2017년 드디어 프로에 지명되며 '제도권' 밖에서 땀을 흘렸던 김정년의 노력도 빛을 봤다.
김정년은 당시 자신을 뽑았던 유도훈 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감독을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꼽았다.
김정년은 "유 감독님이 나를 뽑아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김정년도 없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김정년을 되돌아본 유 감독은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내가 뽑아놓고 기회를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하필 당시 김낙현, 김지완 등 가드 선수들이 합류했다.
여러 상황상 기회를 못 줬는데 꾸준히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대표가 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좋더라. 어려운 경기에서 잘해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옛 제자를 칭찬했다.
유 감독의 말처럼 프로 입성의 기쁨도 잠시 김정년은 1군 경기를 딱 9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김정년은 "내 신장에서는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강한 수비력과 훨씬 더 정교한 슈팅 능력, 경기 운영 능력이 있어야 했다.
결국 내 능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제 서른인데 조금만 더 어린 나이에 지금처럼 노력했으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워한 그는 정말 농구에 미쳐야 한다"고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김정년은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농구에 모든 걸 한번 쏟아보고 싶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롭게 '3대3 선수'가 된 김정년은 요즘 농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한다.
그는 "이번 아시아컵에서 외국 선수와 붙어보니 농구가 또 재미있더라. 이 나이에 실력이 늘까 생각이 들지만,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요즘 깨닫는다"는 그는 "이 판에는 선수 출신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볼 때마다 (선수 출신으로서) 많은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정비공업사 태양모터스 산하 실업팀 '태양모터스'에서 뛰는 그는 낮에는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을 농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정년은 "프로 은퇴 이후 다시 농구를 해보자고 제안해주신 김재운 태양모터스 대표님께도 고맙다"며 "이제는 생계를 챙겨야 해 프로 때처럼 모든 시간을 운동에 쓸 수는 없다"고 허허 웃었다.
'우여곡절' 농구 인생을 보낸 김정년은 5대5 농구에서도 개인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선수들도 많이 뛰고 싶다보니 최대한 실책 없이 경기하려고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은 변준형 선수 등 자신 있게 1대1에 나서는 선수가 많아지고 있다.
(선수에게) 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년은 2016년 출연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주엽 전 창원 LG 감독과 충돌한 장면이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인기를 얻은 독특한 이력도 있다.
당시 현 전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자 김정년이 '테크니컬 파울을 주라'고 따졌고, 이에 현 전 감독이 격분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정년은 "현 전 감독님이랑 프로 경기 중에 코트에서 뵌 적은 있다.
그때는 경기에 집중하셨는지 신경을 못 쓰시는 것 같았다"며 "인사는 드렸는데 그냥 '네'하면서 지나가셨다"고 되돌아봤다.
이제 이 장면의 주인공보다는 한 명의 농구선수로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좋게 보지 않으셔도 한국 농구는 사랑해주셨으면 한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연합뉴스
"프로 뽑아준 유도훈 감독님께 감사"…유 감독 "국가대표돼 뿌듯" "그만두고 나서 처음에는 농구를 진짜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3대3 농구 선수 김정년(30)은 지난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프로에서 은퇴한 지난해 5월 말 당시 심정을 밝혔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지명된 김정년은 2020-2021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농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김정년이지만, 그로부터 1년 2개월가량이 지난 이달 초 그는 국내도 아닌 해외 코트에서 여전히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3대3 농구 대표팀에 선발되며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출전한 것이다.
김정년은 "은퇴 후 동호회에서는 내 플레이를 할 수 있으니까 정말 즐거웠다.
'해방된 농구'를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며 계속 농구공을 놓지 못한 이유를 털어놨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며 첫 태극마크를 단 그는 자신보다 체격이 큰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분투해야 했다.
신장 179㎝의 김정년을 포함해 2m 이상 선수가 없던 대표팀의 여정도 전원이 2m가 넘는 중국에 패하며 아쉽게 8강에서 마무리됐다.
"매 경기가 끝나고 몸이 너무 아팠다"는 김정년은 "상대 팀에 힘이 세고 단단한 선수들이 너무 많아 힘들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해야 하나 싶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나 김정년 역시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자신만의 무기로 이런 장신 선수들에게 반격했다.
그는 한 수 위 상대라고 평가됐던 인도와 경기에서 정확한 외곽슛과 화려한 개인 기량을 선보이며 10점을 몰아쳤다.
이 경기 승리로 대표팀은 8강행을 확정했다.
예선인 이란전에서도 과감한 더블 클러치를 선보이는 등 7점을 넣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정년은 크로스오버 드리블, 스텝백 슈팅, 포스트업에 이은 피봇 플레이까지 다양한 공격 기술에 능한 선수다. 그는 "내가 순탄하게 프로에 입성한 게 아니지 않나.
대학 시절 처음 운동을 그만둘 때 (학교)밖에서 농구 연습을 많이 했다"며 "그때 미국프로농구(NBA)의 코비 브라이언트나 크리스 폴의 영상을 보고 정말 많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특히 1대1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년은 "포스트업으로 밀어붙이는 일 없이 겨뤄본다면 빅맨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이같이 개인기에 자부심을 보이는 김정년이지만 5대5 팀 농구에 어우러지는 일이 일생의 숙제였다.
안양고를 졸업한 김정년은 경희대에서 뛰다가 엘리트 선수 생활을 그만둔 이력이 있다.
김정년은 "내가 견디지 못했다.
그때 내 위에 (두)경민이 형, (김)민구 형이 있었다"며 "뛸 수 있는 시간이 적었고 감독님의 요구에도 맞추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당시 감독이었던 최부영 경희대 농구부장은 팀 농구를 강조하고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하기로 유명하다.
이후로도 농구를 잊지 못한 김정년은 실업팀에서 활약했다.
2017년 드디어 프로에 지명되며 '제도권' 밖에서 땀을 흘렸던 김정년의 노력도 빛을 봤다.
김정년은 당시 자신을 뽑았던 유도훈 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감독을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꼽았다.
김정년은 "유 감독님이 나를 뽑아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김정년도 없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김정년을 되돌아본 유 감독은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내가 뽑아놓고 기회를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하필 당시 김낙현, 김지완 등 가드 선수들이 합류했다.
여러 상황상 기회를 못 줬는데 꾸준히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대표가 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좋더라. 어려운 경기에서 잘해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옛 제자를 칭찬했다.
유 감독의 말처럼 프로 입성의 기쁨도 잠시 김정년은 1군 경기를 딱 9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김정년은 "내 신장에서는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강한 수비력과 훨씬 더 정교한 슈팅 능력, 경기 운영 능력이 있어야 했다.
결국 내 능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제 서른인데 조금만 더 어린 나이에 지금처럼 노력했으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워한 그는 정말 농구에 미쳐야 한다"고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김정년은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정말 농구에 모든 걸 한번 쏟아보고 싶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롭게 '3대3 선수'가 된 김정년은 요즘 농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한다.
그는 "이번 아시아컵에서 외국 선수와 붙어보니 농구가 또 재미있더라. 이 나이에 실력이 늘까 생각이 들지만,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요즘 깨닫는다"는 그는 "이 판에는 선수 출신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볼 때마다 (선수 출신으로서) 많은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정비공업사 태양모터스 산하 실업팀 '태양모터스'에서 뛰는 그는 낮에는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을 농구에 매진하고 있다.
김정년은 "프로 은퇴 이후 다시 농구를 해보자고 제안해주신 김재운 태양모터스 대표님께도 고맙다"며 "이제는 생계를 챙겨야 해 프로 때처럼 모든 시간을 운동에 쓸 수는 없다"고 허허 웃었다.
'우여곡절' 농구 인생을 보낸 김정년은 5대5 농구에서도 개인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선수들도 많이 뛰고 싶다보니 최대한 실책 없이 경기하려고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은 변준형 선수 등 자신 있게 1대1에 나서는 선수가 많아지고 있다.
(선수에게) 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년은 2016년 출연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주엽 전 창원 LG 감독과 충돌한 장면이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인기를 얻은 독특한 이력도 있다.
당시 현 전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자 김정년이 '테크니컬 파울을 주라'고 따졌고, 이에 현 전 감독이 격분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정년은 "현 전 감독님이랑 프로 경기 중에 코트에서 뵌 적은 있다.
그때는 경기에 집중하셨는지 신경을 못 쓰시는 것 같았다"며 "인사는 드렸는데 그냥 '네'하면서 지나가셨다"고 되돌아봤다.
이제 이 장면의 주인공보다는 한 명의 농구선수로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좋게 보지 않으셔도 한국 농구는 사랑해주셨으면 한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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