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나를 지켜준 고래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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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순수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으로 편견에 가득 찬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나가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영화<레인 맨(Rain man), 1988>에서도 자폐 증세를 가진 주인공과 비장애인인 동생이 갈등을 허물고 차츰 형제애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신비함을 지닌 고래 한 마리를 마음속에 품고 사는 장애인은 사회에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세계를 끌고 가는 권력자들은 세상을 구한다는 괴변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상대방을 혐오하는 무서운 장애를 가지고 인류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영화 줄거리 요약>
찰리(톰 크루즈 분)는 청소년 시절 아버지와의 불화로 가출해 혼자 살아온 거친 성격의 자동차 중개상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엄청난 재산을 형에게 물려주고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빚에 시달리던 찰리는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레인 맨'이라 부르던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 분)를 정신병원에서 반강제적으로 납치하여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형과의 일주일간 여행을 통해 돈보다 소중한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관전 포인트>
A. 찰리가 형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는?
찰리는 고교 시절 친구들과 아버지 차를 몰래 몰다가 아버지의 신고로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진후 충격을 받아 가출하여 다시는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망 소식으로 고향 신시내티로 돌아가지만 변호사가 전해준 유언장에는 자신에게는 49년형 뷰익 자동차 한 대와 몇 그루의 장미뿐이고 집과 300만 달러의 재산은 어느 병원의 정신과 의사가 유산관리자로 지정되었고 그동안 몰랐던 자폐장애가 있는 형을 케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B. 빚에 쪼들렸던 찰리가 취한 행동은?
슈퍼카 람보르기니 수입차로 사업을 확장하려던 찰리는 환경청의 허가가 늦어지면서 사업이 어려움에 직면하자, 친권 소송을 통해 300만 달러를 상속받은 형의 보호자 자격을 얻어낸다면 유산 전부를 받아내어 사업을 회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형의 관리자인 브루노 박사에게서 형을 무작정 데리고 나와 로스앤젤레스로 향하게 된다.
C. 형이 상상 속의 레인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비행기를 무서워하는 형을 자동차로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도중에 모텔에서 목욕을 위해 뜨거운 물을 받던 찰리에게 형은 "큰일이다. 뜨거운 물에 아기가 덴다. 찰리 배빗을 해치면 안돼"라며 발작에 가까운 소리를 친다. 사실 찰리가 어릴 적 형의 실수로 동생을 헤쳤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형을 정신병원에 격리하게 된 것이다. 찰리는 두 살 때 엄마가 죽고 겁이 질린 자신에게 형이 자신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던 상상 속의 레인맨이라는 것을 기억해 내고 형에게 미안함과 애틋한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
D. 찰리의 애인이 떠나간 이유는?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찰리는 대화를 할 때도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남처럼 냉정한 모습을 보였고, 오랜만에 만난 형에게도 소리를 지르는 태도에 수잔나는 언젠가 자신도 이용당하고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찰리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찰리가 형과의 뜻하지 않은 여행에서 점차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고민과 감정을 주변 사람에게 상의하는 발전된 모습을 보이자 수잔나는 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 찰리가 형을 세상밖의 새로운 세상을 체험시켜준것처럼, 형도 본의 아니게 찰리에게 장애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알려준것이다.
E. 고기능 자폐증을 가진 형을 활용한 사건은?
사업의 실패로 8만 달러의 빚을 진 찰리는 형이 전화번호부 책의 모든 번호를 외우는 천재적인 기억력과 계산력을 발견하고 라스베이거스에 들러 카지노에서 카드 카운팅(나왔던 카드를 모두 기억하여 앞으로 나올 카드를 예상하는 것)으로 블랙잭 테이블에서 순식간에 8만 불 넘게 따면서 형제는 방에서 같이 춤을 추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카지노 측의 비디오 분석으로 호텔에서 쫓겨나지만 찰리는 빚을 갚을 돈을 벌고 연인과도 화해하고 잠시나마 자폐증인 형과 소통하면서 새롭게 세상을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고기능 자폐증: 의사소통과 학습 및 표현에 장애가 있고 감정도 일반인과 다르게 느끼지만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높은 집중력을 가진 증세]
F. 두 형제의 엔딩은?
형의 보호자인 브루노 박사는 찰리에게 25만 불을 주며 형을 병원으로 돌려보내라고 딜을 하지만, 여행을 통해 형제애를 발견한 찰리는 돈보다 형과 같이 살기를 원하며 조건을 거절한다. 결국 제3의 전문가가 입회한 정신 심리에서 집요한 의사의 질문을 받은 형이 괴로워하자 찰리는 형을 보호할 수 있는 병원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기차에 타기 전 찰리는 '내가 면회 갈 수 있어. 2주 뒤에 보게 될 거야"라며 재회를 약속하자 형도 "하나는 나쁘고 둘이 좋다"라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커넥팅(연결) 하게 된다.<에필로그>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제1회 장애인 US오픈 골프대회> 에서 우승한 이승민은 두 살 때 선천성 자폐성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자신을 어둠 속에서 밝은 세상으로 꺼내준 부모님의 사랑과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의지로 푸른 잔디에서 꿈을 연마하여 많은 장애인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하였다. 극심한 경쟁과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모두 잠재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일 수 있다. 우울감에 빠졌을 때 마음속 혹등고래 친구의 위안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헤엄쳐나가 심쿵 하는 설레는 삶을 만들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환한 밝음이 유지될 수 있는 멋진 곳이 될 것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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