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셰프의 악몽같은 크리스마스…영화 '보일링 포인트'

95분 원테이크로 몰입도 높인 키친 서스펜스
크리스마스를 앞둔 금요일 영국 런던의 한 레스토랑. 손님이 백 명 정도 찾는 연중 가장 바쁜 날이다. 프러포즈할 예정인 커플에 스타 셰프까지 신경써야 할 손님도 많다.

이혼 위기를 맞고 있는 헤드셰프 앤디(스티븐 그레이엄 분)는 출근길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환경부에서 나온 위생관리관은 온갖 트집을 잡더니 평가점수를 강등한다. 앤디는 위생관리관에게 굴욕을 당한 뒤 동료들에게 화풀이한다.

꾸지람을 듣는 직원들 태도와 표정을 보면 앤디는 평소에도 독불장군형 리더인 듯하다.

식재료가 사라지는가 하면 직원들끼리 다투기도 한다.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손님들도 만만찮다.

멀쩡한 양고기가 덜 익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면서 재료에 신경써달라고 요청한다. 200파운드짜리 와인을 주문한 손님은 서빙에 시비를 건다.

인플루언서는 메뉴에도 없는 요리를 요구하며 매니저를 찾는다.

그 와중에 음식평론가의 비위도 맞춰야 한다.

'보일링 포인트'는 한 고급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주방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곧 어디선가 폭발할 듯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서스펜스를 만든다.

앤디는 탁월한 실력으로 자신을 돕던 칼리(비넷 로빈슨)가 속내를 드러낼 때, 알코올중독이 삶을 망가뜨리고 있음을 새삼 깨달을 때 끓어넘치기 일보 직전이 된다.
그러나 앤디와 가족·동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부분 어느 직장에나 있을 법한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압축한 정도다.

영화에서 극적인 에피소드라고 해봐야 견과류 알레르기 때문에 벌어진 작은 소동 정도다.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과 함께 독특한 형식이 관객을 내내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는 90분가량 러닝타임 내내 한 번의 편집도 없이 원테이크로 찍었다.

카메라는 비좁은 주방, 손님과 직원들로 북적이는 홀을 날렵하게 오가며 인물과 사건을 근거리에서 담는다.

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곧 영화의 배경음악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마치 레스토랑 안에서 앤디와 직원들을 맨눈으로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필립 바랜티니 감독은 자신이 한때 셰프로 일했던 레스토랑을 무대로 삼고 직원들을 조연과 엑스트라로 캐스팅했다.

앤디의 알코올 중독 같은 소재도 자전적 경험에서 가져왔다.

그는 "관객을 영화의 일부가 되게 한 뒤 영화가 끝나야 비로소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8월 4일 개봉. 95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