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개발자' 스타트업 대표가 서체에 꽂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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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자신만의 손글씨를 ‘폰트’로 갖는다는 건 아무도 가보지 않은 세상이잖아요. 이런 이상한 생각은 대기업은 못 합니다.”
19세에 '세이클럽' 개발해 주목
누구나 '자신만의 서체' 제작 지원
‘천재 개발자’로 불리는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사진)가 손글씨에 꽂혔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를 통해 자신만의 폰트를 만들어준다. 디지털 서비스지만 ‘아날로그’ 향기가 배어나는 게 특징이다.남 대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뾰족한 생각’, 즉 이상한 생각을 최대한 많이 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임자 해봤어?”라는 말 그대로다.
남 대표는 19세에 PC용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을 개발해 천재 소년으로 이름을 알렸다. 모바일 시대에는 1억 명의 이용자를 달성한 스마트폰 카메라 앱 ‘B612’를 개발했다. 20년 넘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뒤로한 채 AI라는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어 2017년 보이저엑스를 창업했다.
보이저엑스는 AI 기반 영상 편집기 ‘브루’(2018년 출시), 모바일 스캔 앱 ‘브이플랫’(2019년), 손글씨 폰트 제작 서비스 ‘온글잎’(2020년)을 차례로 선보였다. 올해는 미용실 앱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용실에 가기 전에 현실감 나게 헤어스타일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앱이다.온글잎은 시작하기 전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프로젝트로 여겨졌지만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유명인들의 서체는 시장에서 팔릴 수도 있다. 그룹 ‘동방신기’도 온글잎 고객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이용자는 개인 소장용이나 취미로 서체를 만들고 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필체를 온글잎을 통해 살려낸 사연도 있다. 이 고객은 “서체가 아니라 사람이 오는 것 같았다”며 감동을 전했다. 치매에 걸리기 전 시어머니가 손주들에게 써준 편지의 서체를 온글잎을 통해 만들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