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자이스 반도체 노광 장비 덕분"

1846년 설립된 자이스
AI·자율車·인공위성 등에 영향

반도체기술본부 인력 5200명
30%가량이 수학자·물리학자
자이스는 1846년 설립된 유한회사다. 렌즈 사업가였던 칼 자이스와 수학·물리학자인 에른스트 아베, 유리 사업가이자 화학자인 프리드리히 오토 쇼트가 의기투합해 회사를 세웠다.

아베는 1869년 빔의 파장이 작아질수록, 즉 빛을 집광하는 능력을 수치화한 개구수(開口數·NA)가 클수록 렌즈 해상도가 높아진다는 수학 공식을 처음 고안해 광학현미경을 탄생시켰다. 개구수는 빛 등 빔이 아래쪽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뒤집힌 원뿔’로 볼 때, 원뿔 반(半)각에 삼각함수(사인)값을 취하고 매질 굴절률을 곱한 것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을 가능케 한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단위 초미세 반도체 제조 기술의 원형이 150여 년 전 아베가 고안한 수학 공식에 있는 셈이다. 자이스 반도체 기술본부(SMT) 인력 5200여 명 가운데 30%가량이 수학자와 물리학자다.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1945년 5월 항복선언 직전, 미국이 당시 자이스 본사가 있던 예나에 한 달 앞서 들어가 자이스 특허 문서를 대량 입수했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비사(秘史)다.

자이스 재단 산하 자매 기업인 쇼트도 극자외선(EUV) 장비 개발에 기여했다. 자이스, 아베와 함께 회사를 일군 오토 쇼트의 이름을 따서 설립된 이 회사는 삼성 디스플레이 액정 소재인 초박막강화유리(UTG)를 공급하고 있다. 이 UTG 제조에도 수학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자이스 관계자는 “커다란 ‘벽돌폰’이 피처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것은 모두 반도체 노광 장비의 진화로 칩이 초소형화된 덕분”이라며 “자이스의 기술이 없다면 스마트폰도, 인공지능(AI)도, 자율주행차도, 우주 발사체(로켓)와 인공위성도 없다”고 자부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