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앤디워홀 그림 그려주는 로봇?"…무인자동화 열풍

자동차에 미술 작품의 복잡한 디자인을 그려주는 로봇. 출처=autocar
전 세계적으로 산업용 로봇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체들이 로봇에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과거 단순 제조 설비 작업용으로 국한됐던 로봇이 정밀·다양화되면서 로봇을 활용한 무인자동화 공정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카에 따르면 세계 최대 로봇 제조사인 스위스의 ABB는 최근 페인트 전용 로봇의 헤드 노즐을 1000여개로 늘린 로봇을 새로 개발했다. 그동안 ABB 로봇은 BMW, 폭스바겐 등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 공장의 조립 및 도색 라인을 무인자동화하는 용도로 널리 쓰여왔는데, 이번에 도색 로봇을 세밀화한 것이다.애스턴마틴 출신의 한 자동차 디자이너는 “ABB가 신규 개발에 성공한 로봇을 통해 앤디 워홀의 복잡한 미술작품의 디자인을 차체에 입힐 수 있게 되면 소비자들이 ‘나만의 맞춤형 자동차’를 주문하는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페인트 전문 로봇의 상용화는 1~2년 내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에만 전 세계에 팔린 산업용 로봇은 48만7000대에 달했다. 2018년 42만2000대였던 판매 기록은 2019~2020년 38만대 선으로 줄어들었다가 작년에 26%가량 급증했다. 제조·생산 공정을 무인자동화하기 위해 로봇을 찾는 산업계가 일년새 폭증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이후 봉쇄·격리 조치 등으로 노동력 부족과 임금 상승 등을 겪은 기업들이 로봇을 써본 뒤 그 효용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제조업체들의 산업용 로봇 주문 총액은 16억달러(약 2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 이는 업계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도 1분기에 1만1500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약 28% 증가했다.미 캘리포니아주의 기기·항공우주 부품 패키징 제조업체 델폰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원들이 급증하면서 조업 일수가 무려 40% 감소했다”며 “최근 로봇 3대를 더 도입한 이유”라고 전했다. 텍사스주에 있는 기계 장비 제조업체인 아테나매뉴팩처링은 최근 18개월간 7개의 로봇을 구입했다. 아테나의 존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거래업체들로부터 주문이 늘고 있지만, 교대근무를 실시할 만한 노동력 확보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로봇을 가장 많이 활용한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엔 식품과 소비재,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을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2016년 71%에 달했던 자동차 제조업계의 산업용 로봇 주문이 전체 주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2%로 줄어들었다. 이는 기술 발달에 힘입어 로봇의 성능이 개선되고 다양화됐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화낙의 미국법인인 화낙아메리카의 마이클 시코 CEO는 "과거에는 제조업체들이 산업용 로봇 운용이 너무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했으나, 최근 개발된 산업용 로봇은 훨씬 다루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로봇을 주문하는 업체의 생산 공정을 분석한 뒤 이에 맞는 로봇을 제작했지만 최근엔 업체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로봇들이 이미 개발돼 주문 즉시 출고가 가능해졌다.

김리안, 이주현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