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대학 캠퍼스 주변에 터 잡은 백로떼…주민은 '울상'

포항공대·동국대 와이즈 캠퍼스 인근 야산에 백로 수백마리 서식
울음소리에 주민 불편 호소, 나무 고사하기도
경북 포항과 경주의 대학 캠퍼스 주변 야산에 백로가 집단으로 서식해 눈길을 끈다. 1일 포항시 남구 효자동 포항공대(포스텍)와 효자시장 사이에 있는 야산에는 백로 수백마리가 무리를 이뤄 살고 있다.

대부분 흰색을 띤 백로지만 회색을 띤 왜가리도 있다.

멀리서 보면 소나무 위에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백로 무리가 하얗게 뒤덮고 있다. 백로와 왜가리는 밖에서 먹이를 물고 와서 새끼에게 연신 먹이느라 바쁘다.

또 둥지를 손질하거나 나뭇가지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곳에 백로가 자리 잡은 것은 약 20년 전으로 알려졌다. 이 야산은 대학 캠퍼스 주변이어서 한적한 데다가 별다른 공해유발 요인이 없고 형산강과 불과 400여m 떨어져 먹잇감인 물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철새인 백로가 찾아오곤 한다.
같은 날 경주시 석장동에 있는 동국대 WISE(와이즈)캠퍼스 내 야산에도 백로와 왜가리 수백마리가 터를 잡고 있다. 3월께 날아온 백로와 왜가리가 100주년기념관 옆 소나무 가지 위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느라 바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백로가 서식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백로는 처음에는 동국대 병원 인근 야산에 머물다가 병원이 증축되자 대학 동남쪽에 있는 금장대 암각화 주변 야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차츰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정각원 뒤편 야산으로 서식지를 이동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캠퍼스 야산도 포항공대 주변과 마찬가지로 조용한 데다가 공해 요소가 적고 형산강과 불과 500여m 떨어져 먹이를 구하기 쉬워 서식하기 알맞은 환경을 갖췄다.

주변에는 논도 많다.

백로와 왜가리가 집단 서식하면서 포항공대 주변 야산이나 동국대 주변 야산 모두 배설물 때문에 나무가 죽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았다가 배설물 때문에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포항 효자동의 경우 백로 개체수가 늘면서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주민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 주민은 "백로 울음소리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시끄럽다"며 "환경이 좋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같이 살아야 하는 주민으로서는 반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