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했다" vs "요청없어"…미군부대 성폭행 둘러싼 진실게임

20대 '성폭행 당했다'며 도움 요청, 사건 전날 영내 방문 확인
미 공군 "한국 경찰과 공조 수사", 경찰 "들은 바 전혀 없어"
전북 군산에 있는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불거진 성폭력 사건을 두고 미 공군과 경찰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측은 "한국 경찰과 공조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북경찰청은 "공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앞선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1일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제8 전투비행단 내에 있던 20대 여성이 정문 인근으로 뛰어나와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목격한 군무원은 부대 측에 사건을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여성은 사건 전날인 23일 영내에 있는 숙소에 간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국적이나 신분 등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제8전투비행단 측은 최근 영내에서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제8전투비행단 공보 담당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자세한 경위는 밝힐 수 없다"며 "한국 경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고, 함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에 알린 시점을 묻자 "지난주쯤으로 안다"고 답했다.
전북경찰청은 미 공군 측의 이러한 주장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날까지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언론보도를 보고 나서야 성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몇몇 담당 관서 직원은 '어디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느냐'고 취재진에게 되묻기도 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부대에서 성범죄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별도로 신고가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군산경찰서 관계자 또한 "제8전투비행단 측에서 공조를 요청한 적은 전혀 없다"며 "왜 그쪽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언론보도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한 만큼,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