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흑자' 中 수출마저 흔들…10대 품목 중 반도체 빼고 모두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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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연속 무역적자 이어져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은 한국의 ‘달러 박스’였다. 수교 초기 짧은 기간(1992년 8~10월)을 제외하면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계속 흑자를 냈다. 최근 이런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지난 5, 6, 7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다. 수출은 정체 또는 감소한 반면 수입은 급증하면서 대중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중 무역적자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도시 봉쇄 여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과 자국 중심의 내수시장 육성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中 봉쇄로 중간재 수출 직격탄
디스플레이·석유화학·車부품 급감
반도체 11% 늘어 유일하게 선방
수입은 석달째 두자릿수 증가
대중 무역적자 '고착화' 우려
中 기술 경쟁력 높아지고
자국기업 보호…韓 입지 줄어
정부는 "봉쇄따른 일시적 현상"
대중 수출 감소, 수입 급증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 줄어든 132억4300만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은 19.9% 늘어난 138억1800만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대중 무역적자는 5억7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대중 수출 둔화와 수입 급증이 지난달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7월 기준 대중 수출액을 보면 2018년 137억2000만달러, 2019년 135억9000만달러로 올해와 별 차이가 없다. 대중 수출이 수년째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올해 월별로 보면 2~3월 전년 동월 대비 16%대에 달했던 대중 수출 증가율이 4월 -3.4%, 5월 1.4%, 6월 -0.8%, 7월 -2.5%로 정체 또는 감소했다. 반면 대중 수입은 2~3월 15~16%대 증가율을 보인 데 이어 4월(7.0%), 5월(33.5%), 6월(24.1%), 7월(19.9%)에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개월째 대중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반도체 빼곤 대부분 수출 감소
특히 심각한 것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대중 무역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을 기준으로 지난달 1~25일 대중 수출액 증감률을 보면 반도체만 10.9% 증가했을 뿐 나머지 품목은 정체 또는 감소했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은 대중 수출액이 24.9% 줄었고, 석유화학은 14.1%, 무선통신은 13.0% 감소했다. 이 밖에 철강(-8.3%), 석유제품(-1.2%)도 수출이 줄었다. 10대 품목엔 포함되지 않지만 주요 수출품목으로 분류되는 디스플레이는 수출 감소율이 34.1%에 달했다.이에 반해 대중 수입은 주요 품목에서 크게 늘었다. 섬유(25.6%), 반도체(25.1%), 일반기계(14.4%), 컴퓨터(6.4%) 등이 대중 수입이 늘어난 주요 품목이다.대중 수출 감소 및 수입 증가 원인과 관련해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를 꼽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한 뒤 가공해 파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에 따른 도시 봉쇄 여파로 이런 수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도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이 호주,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비용이 늘고 있어 한국, 일본 등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엔) 중국의 에너지 수입에 따른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 무역적자 굳어지나
정부는 구조적인 대중 무역적자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문 실장은 “2분기 0.4% 증가에 그쳤던 중국의 성장이 앞으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한·중 간 교역 패턴의 변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상식선에서도 그전까지는 계속 흑자가 나다가 석 달 만에 중국의 경쟁력이 확 뛰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중 무역이 구조적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상당수 산업에선 이미 중국이 한국을 위협하거나 추월했다.게다가 중국은 내수시장에서 자국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보호주의 성향이 강하다.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미래 기술이 대표적이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가 심해질 수도 있다.
김소현/이지훈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