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자 확 꺾인 美 집값…경기침체 신호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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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이자 年5% 넘어 '부담'미국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졌는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상승했던 대도시 집값이 꺾이면서 침체의 징후가 확연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택 수요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반론도 있다.
주택 판매건수 2년만에 최저
시장 위축에 건설업도 비상
마켓워치는 부동산 전문사이트 리얼터닷컴 자료를 인용해 최근 미국 200개 대도시에서 주택 4채 중 1채꼴로 매매가격이 떨어졌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바다주 레노, 텍사스주 오스틴 등은 매물로 나온 주택 중 30% 이상의 가격이 하락했다. 마켓워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집값이 올랐던 지역에서 최근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미국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6월 신규 주택 판매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감소한 59만 건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적었다.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 반영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5.3%로 1년 전(연 2.5%)의 배 이상이다.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샘 헬 이코노미스트는 “미 주택 가격이 내년 중반에는 전년 동기보다 5%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시장 위축이 전반적인 경기 침체 징후라는 해석도 나온다. 크리스 로 FHN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시장은 경제 전반의 선행 지표”라며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으면 경제 전반이 불황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건축자재인 목재 가격도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원목 선물(9월물 기준) 가격은 7월 29일 1000보드피트(목재 계량 단위)당 526.70달러에 장을 마쳤다. 연중 최고치(1464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부동산시장 냉각을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주택 공급이 여전히 부족해서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와 팔리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4일로 2011년 5월 이후 가장 짧았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