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출신의 마케팅 고수, 번개장터를 어떻게 리브랜딩했나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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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2년 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이 회사에 합류했을 때 문제가 뭔지 보였다고 합니다. 당장 번개장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호감도가 낮았습니다. 번개장터를 모르는 사람들은 서비스 명칭을 처음 들었을 때 '뭘, 어떻게 판다는 건지'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예 없었죠. 이름 조합 자체가 올드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는 합류하면서 "서비스명을 바꿀 권한이 제게 주어지냐"고 질문할 정도였죠.
하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외부에선 안 보였던 장점이 보였습니다. ①MZ세대 유저가 상대적으로 많고 ②거래하는 아이템도 트렌디했습니다. 최 대표는 "해볼만 하다" 싶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취향을 잇는 거래'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리브랜딩을 시작했죠. 번개장터는 빠르게 성장해 거래액이 2019년 1조원에서 지난해 2조45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CMO,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지난 6월 대표직에 취임한 최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이 판단은 입사 한 달만에 '이렇게 젊은 서비스였어?' 로 바뀌었다. 번개장터 이용자의 60~70% 가량이 MZ세대였다. MZ들은 앱 안에서 한정판 스니커즈나 의류 등 취향템 거래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최 대표는 이걸 리브랜딩 포인트로 잡아야겠다고 판단했다. "번개장터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였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었어요. 이 서비스를 사랑받도록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최 대표는 기존 장점을 반영해 ①'취향을 잇는 거래'라는 회사 모토를 만들었다. 모토를 잘 보여주기 위해 더현대서울에 중고 스니커즈 전문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랩을 열었다. 중고거래를 가치소비로 인식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 하루 1700명이 브그즈트랩을 찾는 등 성공이었다. 최 대표는 "번개장터에서 이런 스니커즈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름신(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 대신 '파름신(중고거래로 물건을 되파는 행위)'을 내세워 중고 거래 축제인 파름제도 기획했다. 지금 번개장터는 생활용품 위주인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와 달리 패션과 레저, 디지털 기기 등 취미 거래액이 전체 거래액의 80%를 차지한다. 최 대표는 ②명품과 스니커즈 중고 거래에 적용되는 정품 검수 서비스도 출시했다. 최 대표는 "중고 스니커즈를 사면서 번개장터 검수센터의 검수는 물론 클리닝 서비스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 중고 명품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컬렉션을 열었다. 명품 카테고리에서 검수역량을 갖춘 번개장터의 강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최근엔 시계 전문가인 김한뫼 씨를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③'포장택배' '번개페이' 등 중고거래 과정에서의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도 집중했다. 포장택배는 판매할 물건을 집 앞에 내놓으면 번개장터가 수거해가는 서비스다. 일부 돈을 내면 박스 포장과 택배 접수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거래액도 늘고 있다. 물건 값의 3.5%를 수수료로 내야하지만,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뒤 '최종 구매'를 눌러야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 거래 과정이 안전하다. 100만~300만원 상품 거래 시 번개페이 사용률은 75%나 된다. "트래픽을 기반으로 단순히 광고로만 매출을 내는 모델이 아니라 중고거래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수익모델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대학생에게 '중고로 옷 사본 적 있냐'고 한번 물어보세요. '사는 옷의 절반 쯤은 중고로 사는데요'라고 답하는 비율이 되게 높을 거예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록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중고 거래를 하거든요. 번개장터에서 두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물품인 스니커즈(1위는 전자제품)가 대표적이에요. 한정판을 구하려고 찾아 헤매는 사람이 많아요. 브그즈트랩도 스니커즈에 대한 중고 거래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하기 위해서 만든 곳이죠."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스니커즈 매장인 브그즈트랩의 이름이 재밌습니다.
"번개장터의 앞 글자를 딴 BGZT를 읽은 거예요. J를 Z로 바꿨습니다. Z를 옆으로 돌려놓으면 번개 모양 같기도 하잖아요. 2호점을 열 때는 5500만원 정도 하는 조던1 OG 1985,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 시카고 조던1 등 조던 시리즈 360족을 확보했어요. 브랜딩을 위한 것이었지만 매출도 기대 이상이에요. 에어조던1과 디올이 협업한 에어조던1×디올 하이 OG(발매가 240만원)가 1100만원에 팔렸고, 2030이 구매고객 중 90% 이상을 차지했죠."-번개장터는 앱 서비스인데, 오프라인 매장을 내면서 무슨 효과를 기대한 건가요.
"앱 안에선 어떤 카테고리를 부각해 보여주는 경험을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쿠팡 앱을 생각해보세요. 로켓프레시를 들어가면 야채들이 많이 있지만 쿠팡 앱을 열었을 때 바로 느끼긴 어렵잖아요. 이걸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봤어요. 전 AB인베브라는 맥주회사에서 일했었는데, 맥주는 TV광고도 10시 이후밖에 못하고 여러 제한이 많아서 맥주 페스티벌 같은 오프라인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제가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신성모독죄 같은 거였어요. 브랜드의 정신을 그 형태로 만들어서 길거리에 두고 사람들한테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는 게 마음에 안들었던거예요. 그런데 전 그냥 추진했어요. 대기업에서 된다 안된다를 말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회사에서 만들어논 룰에 의거해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에요. 저는 이걸 희화화하는 목적으로 쓰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질렀고, 통했어요.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이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진정성만 있다면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선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들을 내놓을 수 있고, 또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죠."잘 해결이 안되거나 막막한 부분이 있을 때는 번개장터 오기 직전에 한국 마케팅 총괄로 있었던 유튜브에 대입해서 풀어본다고도 했다. "많은 분들이 번개장터는 왜 전문 판매업자들을 제재하지 않냐고 물어봐요. 전 그럴 때 유튜브 예를 들어요. 유튜브엔 CNN 같은 큰 미디어 기업의 채널도 있고, 아니면 방안에서 혼자 게임을 하면서 100만 200만 구독자 달성하시는 개인 유튜버도 있잖아요. 유튜브가 혁명적이었던 건 그들을 다 같은 선상에서 경쟁시켰다는 거예요."
-번개장터를 유튜브처럼 다양한 성격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싶다는 뜻인가요.
"어떨 때는 CNN의 콘텐츠를, 또 다른 때는 개인 크리에이터의 게임 콘텐츠를 보고싶은 것처럼 중고거래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어떤 연예인에게 늦게 '입덕'을 했다 쳐요. 그 연예인의 옛날 자료들을 구하려고 하면 그 카테고리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는 없잖아요. 대신 그 연예인의 팬에게 중고 자료를 살 수 있죠. 그런 류의 솔루션은 개인이 제공하는 거고요. 반대의 예로는 얼마전에 제가 중고 냉장고를 샀어요. 재활용센터 하시는 중고 냉장고 전문업자분께 샀고요. 제게 보내주시기 전에 미리 24시간동안 냉매 작동 여부 등을 테스트하고 청소도 해주셨어요. 만약 제가 개인에게서 구매했다면 어려웠을 부분이었죠."
-전문 판매 업자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흔히 업자라고 표현하는 전문 상인들이 이 중고 거래 생태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매도할 게 아니라 중고를 전문적인 업으로 하시는 분들을 양성화해야 합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와는 컨셉이 다른 것 같네요.
"당근마켓의 본질은 '나 이런 물건 있어' 하고 올리는 동네 게시판이거든요. 중고나라는 커뮤니티 기반의 게시판 형태에서 지금 앱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단계에 있다고 보고요. 번개장터는 1세대 중고거래 앱이라는 점에서 이들 회사와 집중해 고민하는 영역이 다릅니다. 저희는 중고 거래 자체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까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팀이에요."
그는 지난 10년이 중고시장의 태동기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왔다고 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는 커뮤니티나 게시판 기반의 거래들이 조금씩 발현됐던 때였다면, 앞으로는 리커머스 영역에서 완성도 있는 경험들을 신상품 시장 수준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에 따라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며 "그래서 중고 거래에서 기술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진 겨울옷 하나 장만하자 싶을 때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먼저 떠올렸다면, 앞으로는 중고 거래 앱에서 브랜드 패딩 뭐있지부터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예요. 그 변화의 속도는 저희가 얼마나 빨리 편리한 서비스를 내느냐에 달렸을테고요. 중고 거래가 '소비의 표준'이 되는 날이 올 겁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하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외부에선 안 보였던 장점이 보였습니다. ①MZ세대 유저가 상대적으로 많고 ②거래하는 아이템도 트렌디했습니다. 최 대표는 "해볼만 하다" 싶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취향을 잇는 거래'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리브랜딩을 시작했죠. 번개장터는 빠르게 성장해 거래액이 2019년 1조원에서 지난해 2조45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CMO,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지난 6월 대표직에 취임한 최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최 대표가 번개장터를 바꾼 3가지 키워드
번개장터 앱에 대한 최 대표의 첫 인상은 '요즘 앱 같지 않네요'였다. 그는 하버드대 MBA를 거쳐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마케팅 총괄, 글로벌 맥주기업인 AB인베브의 아시아 크래프트 맥주 마케팅 디렉터 등으로 일한 브랜딩 전문가다. "솔직히 껍데기가 트렌디하지는 않았어요. 이 앱은 올드하고 시대에 뒤처진 것 아닌가 생각했었죠."이 판단은 입사 한 달만에 '이렇게 젊은 서비스였어?' 로 바뀌었다. 번개장터 이용자의 60~70% 가량이 MZ세대였다. MZ들은 앱 안에서 한정판 스니커즈나 의류 등 취향템 거래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최 대표는 이걸 리브랜딩 포인트로 잡아야겠다고 판단했다. "번개장터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였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었어요. 이 서비스를 사랑받도록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최 대표는 기존 장점을 반영해 ①'취향을 잇는 거래'라는 회사 모토를 만들었다. 모토를 잘 보여주기 위해 더현대서울에 중고 스니커즈 전문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랩을 열었다. 중고거래를 가치소비로 인식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 하루 1700명이 브그즈트랩을 찾는 등 성공이었다. 최 대표는 "번개장터에서 이런 스니커즈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름신(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 대신 '파름신(중고거래로 물건을 되파는 행위)'을 내세워 중고 거래 축제인 파름제도 기획했다. 지금 번개장터는 생활용품 위주인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와 달리 패션과 레저, 디지털 기기 등 취미 거래액이 전체 거래액의 80%를 차지한다. 최 대표는 ②명품과 스니커즈 중고 거래에 적용되는 정품 검수 서비스도 출시했다. 최 대표는 "중고 스니커즈를 사면서 번개장터 검수센터의 검수는 물론 클리닝 서비스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에 중고 명품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컬렉션을 열었다. 명품 카테고리에서 검수역량을 갖춘 번개장터의 강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최근엔 시계 전문가인 김한뫼 씨를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③'포장택배' '번개페이' 등 중고거래 과정에서의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도 집중했다. 포장택배는 판매할 물건을 집 앞에 내놓으면 번개장터가 수거해가는 서비스다. 일부 돈을 내면 박스 포장과 택배 접수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 거래액도 늘고 있다. 물건 값의 3.5%를 수수료로 내야하지만,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뒤 '최종 구매'를 눌러야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 거래 과정이 안전하다. 100만~300만원 상품 거래 시 번개페이 사용률은 75%나 된다. "트래픽을 기반으로 단순히 광고로만 매출을 내는 모델이 아니라 중고거래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수익모델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번개장터 앞글자 딴 BGZT로 '리브랜딩'
최 대표는 중고거래 시장이 신상품 시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중고를 새 상품처럼 여기는 'N차 신상' 트렌드 등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이다. -예전엔 중고거래가 '불황을 먹고 자란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젠 MZ세대의 소비 문화가 됐다고요."대학생에게 '중고로 옷 사본 적 있냐'고 한번 물어보세요. '사는 옷의 절반 쯤은 중고로 사는데요'라고 답하는 비율이 되게 높을 거예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록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중고 거래를 하거든요. 번개장터에서 두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물품인 스니커즈(1위는 전자제품)가 대표적이에요. 한정판을 구하려고 찾아 헤매는 사람이 많아요. 브그즈트랩도 스니커즈에 대한 중고 거래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하기 위해서 만든 곳이죠."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스니커즈 매장인 브그즈트랩의 이름이 재밌습니다.
"번개장터의 앞 글자를 딴 BGZT를 읽은 거예요. J를 Z로 바꿨습니다. Z를 옆으로 돌려놓으면 번개 모양 같기도 하잖아요. 2호점을 열 때는 5500만원 정도 하는 조던1 OG 1985,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의 오프 화이트 시카고 조던1 등 조던 시리즈 360족을 확보했어요. 브랜딩을 위한 것이었지만 매출도 기대 이상이에요. 에어조던1과 디올이 협업한 에어조던1×디올 하이 OG(발매가 240만원)가 1100만원에 팔렸고, 2030이 구매고객 중 90% 이상을 차지했죠."-번개장터는 앱 서비스인데, 오프라인 매장을 내면서 무슨 효과를 기대한 건가요.
"앱 안에선 어떤 카테고리를 부각해 보여주는 경험을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쿠팡 앱을 생각해보세요. 로켓프레시를 들어가면 야채들이 많이 있지만 쿠팡 앱을 열었을 때 바로 느끼긴 어렵잖아요. 이걸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봤어요. 전 AB인베브라는 맥주회사에서 일했었는데, 맥주는 TV광고도 10시 이후밖에 못하고 여러 제한이 많아서 맥주 페스티벌 같은 오프라인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제가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중고거래 과정에서의 문제 해결에 집중"
그는 AB인베브에서의 경험이 번개장터를 리브랜딩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 대표는 AB인베브에서 수제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인 구스 아일랜드의 한국 마케팅을 담당했다. 구스 아일랜드를 한국에 런칭하면서 최 대표는 당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인간 등신대 크기의 구스 모형을 제안했다. 광고판에 부착하는 전통적인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광고였다. 최 대표는 "제가 이걸 서울 경리단길에 올리고 싶다고 했을 때 본사 브랜드팀에선 엄청나게 반대를 했다"고 회상했다."신성모독죄 같은 거였어요. 브랜드의 정신을 그 형태로 만들어서 길거리에 두고 사람들한테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는 게 마음에 안들었던거예요. 그런데 전 그냥 추진했어요. 대기업에서 된다 안된다를 말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회사에서 만들어논 룰에 의거해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에요. 저는 이걸 희화화하는 목적으로 쓰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질렀고, 통했어요.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이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진정성만 있다면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선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들을 내놓을 수 있고, 또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죠."잘 해결이 안되거나 막막한 부분이 있을 때는 번개장터 오기 직전에 한국 마케팅 총괄로 있었던 유튜브에 대입해서 풀어본다고도 했다. "많은 분들이 번개장터는 왜 전문 판매업자들을 제재하지 않냐고 물어봐요. 전 그럴 때 유튜브 예를 들어요. 유튜브엔 CNN 같은 큰 미디어 기업의 채널도 있고, 아니면 방안에서 혼자 게임을 하면서 100만 200만 구독자 달성하시는 개인 유튜버도 있잖아요. 유튜브가 혁명적이었던 건 그들을 다 같은 선상에서 경쟁시켰다는 거예요."
-번개장터를 유튜브처럼 다양한 성격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싶다는 뜻인가요.
"어떨 때는 CNN의 콘텐츠를, 또 다른 때는 개인 크리에이터의 게임 콘텐츠를 보고싶은 것처럼 중고거래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어떤 연예인에게 늦게 '입덕'을 했다 쳐요. 그 연예인의 옛날 자료들을 구하려고 하면 그 카테고리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는 없잖아요. 대신 그 연예인의 팬에게 중고 자료를 살 수 있죠. 그런 류의 솔루션은 개인이 제공하는 거고요. 반대의 예로는 얼마전에 제가 중고 냉장고를 샀어요. 재활용센터 하시는 중고 냉장고 전문업자분께 샀고요. 제게 보내주시기 전에 미리 24시간동안 냉매 작동 여부 등을 테스트하고 청소도 해주셨어요. 만약 제가 개인에게서 구매했다면 어려웠을 부분이었죠."
-전문 판매 업자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흔히 업자라고 표현하는 전문 상인들이 이 중고 거래 생태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매도할 게 아니라 중고를 전문적인 업으로 하시는 분들을 양성화해야 합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와는 컨셉이 다른 것 같네요.
"당근마켓의 본질은 '나 이런 물건 있어' 하고 올리는 동네 게시판이거든요. 중고나라는 커뮤니티 기반의 게시판 형태에서 지금 앱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단계에 있다고 보고요. 번개장터는 1세대 중고거래 앱이라는 점에서 이들 회사와 집중해 고민하는 영역이 다릅니다. 저희는 중고 거래 자체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까에 엄청나게 집착하는 팀이에요."
"백화점 찾는 대신 번개장터서 먼저 검색하게 될 것"
최 대표는 리커머스 시장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를 크게 3가지로 꼽았다. ①재고가 하나인 것에서 나오는 문제 ②공급자 우위시장이어서 나오는 문제 ③판매자가 개인인 것에서 나오는 문제. 이걸 기술혁신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가 루이비통 가방을 중고로 판매한다고 했을 때 판매자가 개인이기 때문에 정품을 인증해서 보여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요. 지금까지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중간업체에 판다던지 했는데, 번개장터에선 검수 서비스가 가능하거든요. 공급자 우위시장에서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번개페이나 택배를 부칠 때 수고를 해결하는 포장택배 등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들이고요."그는 지난 10년이 중고시장의 태동기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왔다고 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는 커뮤니티나 게시판 기반의 거래들이 조금씩 발현됐던 때였다면, 앞으로는 리커머스 영역에서 완성도 있는 경험들을 신상품 시장 수준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에 따라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며 "그래서 중고 거래에서 기술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진 겨울옷 하나 장만하자 싶을 때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먼저 떠올렸다면, 앞으로는 중고 거래 앱에서 브랜드 패딩 뭐있지부터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예요. 그 변화의 속도는 저희가 얼마나 빨리 편리한 서비스를 내느냐에 달렸을테고요. 중고 거래가 '소비의 표준'이 되는 날이 올 겁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