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대통령에 쓴소리' 가톨릭 방송 무더기 폐쇄령

"사제관에 경찰 무단 진입도"
중미 니카라과 당국이 로마가톨릭교회가 현지에서 운영해온 라디오 방송국 6곳에 대한 폐쇄 명령을 내렸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카라과 마타갈파주(州) 교구의 롤란도 알바레스 주교는 전날 지역 통신회사인 '텔코르'(Telcor)로부터 방송채널 폐쇄 통보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6곳 중 한 곳인 마타갈파주 세바코 지역에 있는 사제관에는 경찰이 라디오 장비를 회수하기 위해 무단으로 진입해 예배당 잠금장치를 부쉈다고 교구 관계자는 주장했다.

마타갈파 교구는 성명에서 "만약 (경찰이) 사제 중 한 명이라도 건드린다면, 이는 마타갈파 교구 전체를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며 강력 비판했다. 니카라과 당국의 이같은 조처는 현지 가톨릭 사제들 일부가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니카라과는 최근 몇달 새 1천개가 넘는 비정부 기구(NGO)에 대한 강제 폐쇄 조처를 단행하기도 했다.

알바레스 주교의 경우에도 오르테가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한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그는 야권 지도자 등 정치사범에 대한 석방을 촉구하는가 하면 올해 초에는 경찰이 '박해'를 가하고 있다며 단식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니카라과 정부는 라디오 채널 폐쇄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경쟁자이자 유력 대선 주자 및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한 뒤 4연임에 성공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니카라과가 '엉터리 선거'를 치렀다고 비판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오르테가 정부 인사와 그 가족들을 제재 명단에 올린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