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GB '5G 중간요금제' 포문 연 SKT…고민 깊어지는 KT·LGU+

사진=연합뉴스
"11기가바이트(GB)와 110GB 중간이 24GB라고요? 대체 어떤 기준으로 잡은 건지 모르겠어요."

최근 5세대(5G) 휴대폰 단말기 할부금을 완납한 최모 씨(55)는 휴대폰 및 요금제 변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유튜브를 즐겨 시청하는 최모 씨의 월 데이터 사용량은 35~40GB 수준. 현재 월 6만9000원짜리(데이터 110GB)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중간요금제(5만9000원·24GB)로 바꿔 요금을 아끼려 하기엔 데이터 제공량이 부족해서다.최 씨는 "갤럭시Z폴드4가 나오면 사려고 대기 중인데, 그냥 자급제 폰에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타는 게 이득일 것 같다"고 말했다.

"30~50GB 다양한 요금제 출시해달라" 불만 잇따라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이 '5G 중간요금제' 포문을 열었지만 제공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2458만6498명으로 전월(2404만2638명) 대비 2.26% 증가했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5G 사용자가 됐다.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6월 기준 5G 스마트폰 가입자 1인당 트래픽은 월 26.16GB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G 일반 요금제 가입자의 평균 트래픽은 월 13.68GB,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41.01GB의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입자 통신요금 경감을 위해 도입된 중간요금제가 실제 사용량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SKT, 고객 선택권과 혜택 강화한 신규 5G 요금제 출시. 자료=SKT 제공
SK텔레콤이 이달 5일 출시 예정인 신규 5G 요금제는 △5G 일반요금제 3종(4만·5만·9만원대) △온라인 전용 요금제 2종(3만·4만원대) 등 모두 5종이다. 업계의 관심은 '5G 일반요금제'에 쏠렸다. SK텔레콤의 신규 5G 일반 요금제는 월 5만9000원에 24GB 데이터를 주는 중간요금제 '베이직플러스'와 기존 5G 일반 요금제 최저 가격보다 6000원 저렴한 5G '베이직' 요금제(월 4만9000원·8GB), 무제한 데이터를 주는 '5GX 프라임플러스' 요금제(9만9000원)다.

하지만 업계에선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 대표 격인 '베이직플러스' 데이터 제공량(24GB)이 이용자 실사용량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5G 가입자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6GB인 점을 감안하면 2GB가 부족한 셈. 특히 매월 데이터 사용량이 변할 수 있어 30·50·70GB 등 다양한 구간으로 설정된 중간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20GB, 40GB, 60GB 등 데이터 구간별 요금제 출시를 바라는 소비자 목소리를 외면한 생색내기 중간요금제"라며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는 10GB가 24GB로 바뀌었을 뿐, 양극화된 요금체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패턴을 고려해 고객 눈높이에 맞는 5G 요금제를 선보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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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업셀링 어려워져…요금 경쟁 본격화"

이같은 논란 속에 이달 중 신규 5G 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인 KT와 LG유플러스도 고민이 깊다. 기존 무제한 데이터 가입자들이 중간요금제로 이동하면 그만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등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5G 중간요금제 두 종류를 출시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LG유플러스의 신규 5G 중간요금제는 월 30GB 데이터를 6만원 초반에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가 월 30GB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면 SK텔레콤과 KT 등도 중간 요금제를 손질하거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요금제 출시로 이동통신사들의 업셀링(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더 가격이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입자 유출방지를 위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