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치킨이"…편의점업계, 줄줄이 '드론배달'하는 이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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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5조원…커지는 퀵커머스 시장최근들어 편의점업계가 잇달아 드론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퀵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드론 배달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일각에서는 드론배달이 '이색 배달 서비스'에 그칠 뿐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거나 수익성을 내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접근성 떨어지는 '캠핑장'에서 시범 배달
배달 시간 및 중량에는 제한
"수익 낼 정도로 수요 많을까" 의문도 제기
커지는 퀵커머스 시장…CU도 세븐일레븐도 "드론으로 배달"
2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지난달 강원도 영월군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소비자가 드론 전용 배달 앱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CU영월주공점에서 드론 이륙장까지 제품을 보냅니다. 이륙장을 출발한 드론은 지리정보시스템(GIS)를 기반으로 최종 목적지인 글램핑장으로 제품을 배달합니다.세븐일레븐 역시 같은 달 경기도 가평에서 드론 물류 배송 전문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협업해 드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서비스 이용 방식은 CU와 비슷합니다. 파블로항공이 운영하는 전용앱 ‘올리버리’를 통해 이용자가 주문을 하면 드론이 제품을 인근 펜션과 캠핑장으로 배달합니다. 세븐일레븐 '드론스테이션'은 드론 이륙장과 서비스 점포가 한 건물에 있다는 점이 CU와의 차이점입니다. 주문 가능한 품목은 즉석 치킨, 삼겹살, 분식 등입니다.
편의점 업체가 연달아 드론배달서비스를 선보인 이유는 '퀵커머스'시장이 커지고 있어서입니다. 퀵(Quick)과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인 퀵커머스는 주문 이후 1시간 이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업계에서는 퀵커머스는 시장 규모가 2020년 3500억원 수준에서 2025년 5조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5㎏ 중량 제한있고 일몰 이후엔 배달 못 해
퀵커머스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긴하지만 드론 배달 서비스가의 미래 역시 마냥 밝기만 한 건 아닙니다. CU와 세븐일레븐이 드론을 통해 배달할 수 있는 제품의 무게는 약 5㎏으로 제한됩니다. 두 업체 모두 캠핑장에서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선보이는데, 캠핑장에서 많이 주문할법한 고기, 주류 등을 구매하면 5㎏은 훌쩍 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중량 제한 뿐만 아니라 시간의 제한도 있습니다. CU와 세븐일레븐 모두 일몰 전까지만 드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드론은 항공안전법상 무인비행장치에 해당돼 야간비행이 금지돼있기 때문입니다. 드론과 사람이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정부, 드론산업 육성하려고하지만…"수요가 과연 많을까" 의문
다만 정부가 드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긍정적입니다. 지난 6월 정부는 신산업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드론 배송 산업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신산업 분야의 규제 개선으로 △드론 야간 비행 시 필수 구비시설 및 시설 완화 △드론 특별비행 승인 절차 간소화 △드론배송산업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언급됐습니다.이런 규제들이 완화되더라도 근본적으로 '편의점 드론 배달'에 대한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드론 배달을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지역이 주로 캠핑장 지역"이라며 "일반적으로 캠핑장은 자체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드론 배달 주문을 할 수요가 실제로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드론비행에 대한 여러가지 규제가 풀려 캠핑장을 벗어난 도심에서 배달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이륜차 배달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드론으로 물건을 배달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어 "5㎏ 중량 제한이 있는 드론이 한번에 많은 양의 물품을 배달하기는 어렵다"며 "한번 배달할 때 소량만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를 감수하고 드론 배달 서비스를 이어나갈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