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집권 막자'…이탈리아 중도좌파 정당도 '단일 블록' 합의

'범좌파 맏형' 민주당, 중도 정당들과 선거 연합…우파 대항마 부상
오는 9월 25일 이탈리아에서 실시될 조기 총선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념 블록' 대결이 될 전망이다.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범좌파 진영의 '맏형'격인 민주당(PD)은 2일(현지시간) '아치오네'(Azione·이탈리아어로 행동이라는 뜻) 및 '+에우로파' 등 중도 성향 정당들과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이른바 '중도좌파 연합'으로, 차기 유력한 집권 후보 정당인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과 동맹(Lega), 전진이탈리아(FI) 등이 구성한 우파연합에 대항하는 성격이다.

중도좌파 연합 3당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선거는 유럽 주요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오르반과 푸틴 동맹인 이탈리아 사이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를 꿈꾸는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 당수 조르자 멜로니를 비롯한 우파 정당 지도자들이 권위주의적 성향을 지닌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해온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들 3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국제 이슈에서 미국·유럽연합(EU)과의 동맹을 중시해온 마리오 드라기 퇴임 총리의 외교·국방 정책을 잇기로 합의했다.

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정책 목표도 제시했다. 현재로선 이들 중도 좌파 연합 지지율이 30%에도 못 미쳐 40%를 훌쩍 넘는 우파연합에 크게 뒤져있다.

다만, 아직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했거나 투표 의사가 없는 유권자가 40% 안팎에 달해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드라기 총리의 강력한 우군으로 활약한 루이지 디 마이오 외교장관이 원내 최대 오성운동(M5S)을 탈당해 만든 중도 좌파 정당 '시민공약'(IC)과 중도좌파 연합 간 선거 동맹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오성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던 디 마이오 장관은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미국을 비롯한 대서양 양안 동맹국과의 단일대오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반대하자 지난 6월 탈당을 감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