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네론 "NASH 새로운 표적 찾았다…앨라일람과 공동개발"

[최지원의 바이오톡(talk)] 'CIDEB' 변이 발생위험 낮춰
제약사의 ‘무덤’으로 불리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의 새로운 이정표가 제시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리제네론은 NASH 발생 위험을 최대 절반 가량 낮출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리제네론은 지난달 27일 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간세포에 많이 발현되는 'CIDEB'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한 경우 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33%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NASH의 경우 최대 53%까지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리제네론 연구진은 약 54만명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도출했다. 다양한 유형의 간 질환 환자가 약 2만5000명, 나머지는 간 질환이 없는 대조군이었다. 연구진은 변이를 일으킨 희귀 유전자와 간 질환의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인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alanine aminotransferase)’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ALT 수치는 NASH, 만성 간염, 간 경화, 간암 등 간 질환이 있을 때 증가한다.

이후 연관성이 높다고 분석된 유전자 중 ‘아스파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aspartate aminotransferase)’와 관련성이 높은 유전자를 선별했다. 아스파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AST) 역시 ALT와 함께 간 질환을 판별하는 주요 지표다.

연구진은 이 분석을 통해 'APOB' 'ABCB4' 'SLC30A10' 'TM6SF2' 등 네 가지 유전자가 간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와 반대로 CIDEB 유전자는 오히려 변이가 일어난 경우, 즉 CIDEB가 제 기능을 못할 때 간의 보호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인간 간암 세포주에서 짧은간섭 리보핵산(siRNA)을 이용해 CIDEB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했다. 그러자 간세포에서 지질 축적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siRNA는 작은 RNA 조각으로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한다.

리제네론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siRNA 치료제 개발 기업인 앨라일람과 함께 CIDEB 유전자를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재 리제네론과 앨라일람은 또 다른 NASH 치료 후보물질인 ‘ALN-HSD’를 공동개발 중이다. ALN-HSD는 ‘HSD17B13’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물질로, 현재 12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HSD17B13 유전자 역시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 간 질환 발생 위험을 30~50% 가량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NASH는 간의 지방 축적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지방이 쌓이며 점점 간이 굳어지고 기능이 떨어져, 간섬유증과 간경변을 초래한다. 워낙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해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질환이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아리스 바라스 리제네론 유전학센터 책임자는 “CIDEB 유전자 변이는 전례 없는 간 질환 보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껏 많은 빅파마들이 NASH 치료제 개발에 실패해왔지만, CIDEB에 대한 발견은 이런 상황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