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38단 낸드 '판 뒤집기'…삼성, 20배 빠른 SSD '1위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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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투톱, 불붙은 차세대 기술 대전
세계 첫 최고층 낸드플래시
마의 200단 넘겨 기술력 입증…기존 제품보다 생산성 34%↑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최고층(232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미국 마이크론을 넘어섰다.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고군분투하던 SK하이닉스가 기술 선두를 꿰찼다는 평가다.3일 SK하이닉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238단 512Gb(기가비트) 용량의 TLC 4D 낸드플래시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2020년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한 이후 1년8개월 만에 차세대 제품을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낸드플래시는 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달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에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저장하고 꺼내 볼 수 있는 것도 낸드플래시가 있기 때문이다.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은 업계 최고층이자 가장 작은 크기로 생산돼 이전 세대(176단)보다 생산성이 34% 개선됐다. 단위 면적당 용량이 커지면서 웨이퍼 1개당 더 많은 개수를 생산할 수 있게 돼서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50% 빨라졌고,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은 21% 줄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마의 200단’을 뛰어넘으면서 ‘적층’ 경쟁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단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뜻한다. 238단이란 셀을 238겹으로 쌓아 올렸다는 의미다. 단을 더 높게 쌓을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진다. 셀을 수직으로 고층으로 쌓는 적층은 낸드 기술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잣대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238단 낸드 양산을 통해 낸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200단 이상 낸드 시장은 고속 성장이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의 시장 점유율은 올 4분기 0.01%에서 내년 4분기 10.9%로 훌쩍 뛸 것으로 예상된다.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 담당 부사장(사진)은 “앞으로도 기술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B급 데이터 스토리지도 공개
영화 17만4000편 저장 가능…낸드 점유율 35% 초격차 유지
영화 17만4000편을 담을 수 있는 페타바이트급 스토리지(데이터 저장 공간), 20배 빠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삼성전자가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20년간 이어온 세계 낸드플래시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다.최진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 부사장(사진)은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플래시 메모리 콘퍼런스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이 같은 기술을 소개했다. 기조연설 주제는 ‘빅데이터 시대의 메모리 혁신’이다.
최 부사장은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등 기술 발전으로 최근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장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페타바이트급 스토리지 시스템을 대표 무기로 꼽았다. 1페타바이트는 100만 기가바이트 수준이다. 페타바이트 스토리지는 최소한의 서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를 적용한 ‘메모리 시맨틱 SSD’ 기술도 개발 중이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를 추가하지 않고도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다. CXL을 적용한 메모리 시맨틱 SSD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분야에서 일반 SSD보다 임의 읽기 속도, 응답 속도를 최대 20배 향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63억3400만달러(약 8조3102억원)로 점유율 1위(35.5%)를 기록했다.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느냐가 차세대 메모리 시장 핵심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삼성전자 측은 보고 있다. AI, 빅데이터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고성능 데이터 처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수/정지은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