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무장전선 사형수가 20년간 쓴 옥중편지…'최종 옥중 통신'

"또다시 다섯 명의 관료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습니다.

아무리 허울 좋은 소리를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결국 예전의 천황제 군국주의를 그리워하고 미화하는 것일 뿐입니다. "
최근 출간된 '최종 옥중 통신'(에디투스)에서 다이도지 마사시가 쓴 편지의 일부다.

책은 다이도지가 생전에 동료들과 뜻을 주고받은 교류지 '기타코부시'에 보내온 서신을 모았다.

다이도지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늑대부대(이하 무장전선)의 중심인물이다. 이들은 1970년대 식민 지배에 책임을 묻고 비판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주로 아시아 침략을 자행한 일본 정부와 이로 인해 경제적 이득을 본 일본 기업체가 비판 대상이었다.

대표적인 일이 1974년 8월 발생한 미쓰비시중공업 폭발 사건이다. 무장전선 대원들이 미쓰비시 본사에 폭약을 터뜨려 8명이 사망하고 165명이 다친 대형 사건이었다.

다이도지는 이듬해 검거됐고, 긴 재판 끝에 1987년 사형 판결을 받았다.

책은 다이도지가 사형판결을 받은 후 10년이 지난 1997년부터 다발성골수종으로 세상을 떠난 2017년까지 옥중에서 쓴 20년간의 서신을 담았다. 편지를 보낸 기간 동안 벌어진 일들이 책에 자세하게 수록됐다.

일본 정치계에 대한 비판, 한·일 정치인 비교, 북한 핵무장,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 등 굵직한 뉴스,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 세월호 사고를 애도하는 내용을 담은 시 하이쿠 등 다양하다.

또한 흘러가는 계절에 대한 단상, 동료에 대한 우정, 피해자와 그들 가족에 대한 절절한 참회, 병에 걸려 조금씩 죽어가는 자신의 몸에 대한 생각 등 2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특히 눈에 띄는 구절은 수십 년에 걸쳐 미쓰비시 사고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용서를 구하는 부분이다.

항암제를 맞으면서 그는 젊은 시절 저지른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

"미쓰비시중공업 폭파로부터 37년이 지났습니다.

피해자, 그리고 관계자분들께 마음 깊이 사과합니다.

옥중에서의 나날, 특히 항암제 치료 중인 병상에서의 나날은 피해자분들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깊이 자기 자신을 비판합니다.

"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담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 시대의 주름과 굴곡, 그리고 희망을 읽을 수 있으면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성숙해가는 저자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강문희·이정민 옮김. 436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