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화 대표 "번개장터, 덕후 취향 공략했더니 MZ 몰려와…중고 취미용품 거래가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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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잇는 거래'로 리브랜딩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최재화 대표(사진)는 2년 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회사에 합류할 때 번개장터의 문제점이 보였다고 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고, 번개장터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감도가 높지 않았다. ‘번개’와 ‘장터’라는 단어의 조합도 ‘올드’해 보였다.
거래액 2년새 두 배 넘게 늘어
가입자 1700만명…2030이 70%
미래 소비의 표준은 중고 거래
박스 포장·택배 접수도 대행
리커머스분야 대표기업 될 것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외부에선 안 보이던 장점을 발견했다. MZ(밀레니얼+Z)세대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거래하는 아이템도 트렌디했다. 최 대표는 ‘취향을 잇는 거래’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리브랜딩을 시작했다.그는 “앱의 껍데기는 트렌디하지 않았지만 번개장터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 형태는 이미 시대를 앞서가고 있었다”며 “이런 강점을 부각해 브랜딩을 새롭게 했고, 2년간 목표치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번개장터의 거래액은 2019년 1조원에서 지난해 2조450억원으로 늘었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번개페이’ 거래액도 같은 기간 9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불었다. 번개장터 누적 가입자 수는 1700만 명을 넘었다. 이용자의 60~70%가량이 MZ세대다.
최 대표는 구글코리아의 유튜브 마케팅 총괄, 글로벌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의 아시아 크래프트맥주 마케팅디렉터 등으로 일한 브랜딩 전문가다. 그는 번개장터의 리브랜딩을 하면서 중고 거래를 가치 소비로 인식하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했다. 중고 스니커즈 전문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랩’을 연 것도 젊은 층을 겨냥한 것이다. 번개장터의 영문 앞 글자(BGZT)를 따 이름을 지었다. 하루 1700명이 브그즈트랩을 찾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최 대표는 “스니커즈는 번개장터에서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물품”이라며 “취향 거래에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번개장터는 생활용품 위주인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와 달리 패션, 레저, 디지털 기기 등 취미와 관련된 상품 거래액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최 대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중고 거래를 한다”며 “지난 10년이 태동기였다면 앞으로는 중고 거래가 ‘소비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옷 하나 장만하자’라는 생각이 들 때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떠올렸다면, 앞으로는 중고 거래 앱에서 검색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최 대표 얘기다.그는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편리한 서비스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신상품 시장 수준의 완성도 있는 경험을 중고 시장에서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번개장터는 명품과 스니커즈 중고 거래에 적용되는 정품 검수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고 거래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가짜 상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포장택배’ ‘번개페이’ 등의 서비스로도 수익을 내고 있다. 포장택배는 판매할 물건을 집 앞에 내놓으면 번개장터가 수거해가는 서비스다. 일부 돈을 내면 박스 포장과 택배 접수를 대신해 준다. 번개페이는 물건값의 3.5%를 수수료로 내야 하지만,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뒤 ‘최종 구매’를 눌러야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 거래 과정이 안전하다.최 대표는 “중고 거래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 나가는 리커머스 분야의 대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