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안 깎아주고…성과급 잔치한 은행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39.6%
신한, 최저지만 수용건수는 '최대'

은행 "비대면 신청 가능해지며
건수 자체 폭증한 영향" 해명

4대銀 임원 성과급 3년간 912억
국민銀선 연 10억 넘게 받기도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권 10건 중 6건은 거절된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은 지난 3년간 임원들에게 1000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준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이 급격히 늘어난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고객들의 금리 인하 요구는 외면한 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낮아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3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약 39.6%에 그쳤다. 은행별 수용률은 신한은행이 33.3%로 가장 낮았다. 국민은행은 38.8%, 하나은행 58.5%, 우리은행 63.0%, 농협은행은 95.6%였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가 급여 인상, 전직, 승진 등으로 자신의 신용 상태가 개선됐다고 판단할 때 금융회사에 대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2002년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운영을 시작했고 2019년엔 법적 권리로 자리잡아 신청자가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018년 약 93.7%에서 2019년 약 86.3%, 2020년 약 57.3%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리인하요구권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의 수용률은 저조하다는 비판이 많다.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용률이 낮아진 건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 뱅킹 앱으로 간단하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신청 건수 자체가 폭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청 당일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금리인하요구권 이용이 간편해졌다”며 “6개월간 같은 계좌로 50회 넘게 요구권을 신청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중복 신청도 많다”고 했다.작년 5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권은 17만8088건으로 전년(5만7586건) 대비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중 은행들이 받아들인 금리인하요구권은 7만560건으로 전년(3만3027건) 대비 약 2.1배로 늘었다. 수용률 최저(33.3%)인 신한은행은 수용 건수가 4만3071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8402건) 대비 약 5.1배로 급증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약 1.9배(5609건→1만696건), 하나은행 약 1.4배(2073건→2919건), 국민은행은 약 1.1배(6797건→7981건)로 수용 건수가 늘었다.

성과급 대거 푼 시중은행

시중은행 임원들에게 과도한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임원들이 받은 성과급은 912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성과급을 받은 임원은 813명으로 신한은행 238명, 우리은행 221명, 국민은행 218명, 하나은행 136명이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299억원, 신한은행 254억원, 하나은행 183억원, 우리은행이 176억원 등을 성과급으로 나눠줬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2020년에만 12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같은 해 하나은행 임원은 최대 5억원, 신한은행 임원은 최대 3억1100만원, 우리은행 임원은 최대 2억9000만원을 챙겼다.김 의원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서민들은 이자 상환도 어려운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성과급 잔치를 했다는 사실에 유감”이라며 “연간 10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국민적 눈높이에 맞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